가을 지나 겨울이 오네요.
첫눈이 녹듯 사라지는 슬픈 속삭임들이
떠도는 바람이 됩니다.
은물결처럼 설레었던 순간들이
메아리도 없이 저녁노을처럼
홀로 타오르다 스러져 갑니다.
바람 부는 거리에서
빈 동굴이 된 영혼 속으로
그대는 한 마리 흰나비가 되어
반딧불처럼 떠다닙니다.
웃으며 손 흔들던 무심한 모습
눈물처럼 아롱거리다
방울방울 떨어져 별빛을 안고
허공으로 날아오릅니다.
세월의 어느 모서리 그 어디쯤에선가
무심히 스치기라도 할 어떤 날이 온다면,
붙이지 못한 편지를, 뜯지 못한 편지를
그때는 읽을 수 있을까요?
산그늘이 저벅저벅
집을 찾아드는 시간이 되면
처마 끝에 등을 켜며
붙이지도 못할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