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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정원 파란 Jul 16. 2024

해파리 대발생, 지금 한반도 바다는?

지난 주, 제주항에서 한치 조업배를 타고 나간 제주바다는 해파리가 가득했다. 쿠로시오난류를 타고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대거 입성한 것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몸집이 아주 큰 해파리인데, 다 크면 직경 1m, 무게 200kg가 넘는다. 우리나라 연안에 처음 나타난 것은 1998년 이후로 추정한다. 매년 5월쯤,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되고, 수온이 오르는 7~9월 사이에 개체수가 빠르게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의 동쪽 해안에서 나타나 해류를 타고 한반도에 유입되어 해수욕장 피서객 쏘임피해뿐 아니라 막대한 어업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해파리는 우리는 해파리를 독침을 쏘아 피해를 입히는 ‘바다의 무서운 불청객’으로 사고한다. 최근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해양학자는 해파리를 ‘바다의 온도계’,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부른다.

서귀포 범섬 해식동굴에서 확인한 노무라입깃해파리와 해파리와 공생하는 물릉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다 크면 직경 1m, 무게 200kg가 넘는다

해파리는 우리 선조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옛 사람들은 해파리의 모양이 바다에 뜬 보름달과 같다해서 ‘해월(海月)’이라 불렀다. 혹은 스님이 삿갓을 쓴 모양 같다고 표현하거나 하얀 치마를 두르고 물속을 걷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전라도 흑산도와 우이도에서 어류 분류와 생활사를 쓴 정약전 선생은 <자산어보>에서 해파리를 ‘바다뱀’, ‘물고기 모양의 벌레’와 같다해서 ‘해타(海鮀)’로 기록했고, 속명으로 중국식 이름을 붙여 ‘해팔어(海八漁)’라고 불렀다. 한자어 ‘팔(八)’은 촉수를 늘어뜨린 해파리 모양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해팔어’가 지금의 ‘해파리’로 불리게 된 듯 하다. 아마도 기후위기의 영향이 없었던 조선시대에 정약선 선생이 봤던 해파리는 한반도 토종해파리인 보름달물해파리가 아니였을까 추측해본다.

추자도 추자항내로 유입된 노무라입깃해파리
노무라입깃해파리가 한반도에 보고된 것은 1999년 이후로 추정된다

해파리는 분류학적으로 ‘쏘는 세포’를 가진 자포동물문에 속한다. 촉수에 숨겨진 독침을 쏘아 먹이를 잡거나 자신을 방어하는데, 대표적인 자포동물은 해파리와 제주 바다에 천연보호구역으로 보호받는 산호충류이다. 해파리와 산호처럼, 촉수와 자포를 가지고 있는 자포동물은 폴립(‘많은 다리’라는 뜻의 그리스어)이 바로 서 있으면 ‘폴립 타입’, 폴립이 뒤집혀서 물에 떠다니며 촉수를 축 내려놓고 다니는 ‘메두사 타입’으로 나뉜다. 산호는 ‘폴립 타입’으로 정착 생활을 선택해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을 형성했고, 반면에 해파리는 ‘메두사 타입’으로 쿠로시오 난류와 함께 태평양의 떠돌이 생활을 선택한 셈이다. 모양으로 보면, 산호를 뒤집으면 해파리가 된다. 산호와 해파리는 사는 모양은 좀 다르지만, 사실은 친척뻘 되는 사이이다.

제주바다에 확인된 해양보호생물인 자색수지맨드라미'
연산호류, 정확한 분류는 현미경으로 확대해 폴립의 모양과 골편의 배열 등으로 판단한다

기후위기가 초래한 과도한 수온상승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해파리의 습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 특히 제주 바다에 해파리가 급증한 이유는 첫째, 수온 상승이다. 한반도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해파리는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인데, 이 두 종이 본격적으로 확인된 것은 채 20년 밖에 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파리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1년 중 발견 시기도 점차 빨라지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해파리의 천적이 점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해파리를 잡아먹는 바다거북과 쥐치, 그리고 해파리와 먹이 경쟁을 하는 어류가 과도한 어획, 혼획과 좌초, 환경오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그 수가 줄어들면서 해파리 대량 발생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촉수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

기후위기 시대의 해파리 분류법은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바다에 뜬 달, 하얀 치마를 두른 여인, 삿갓을 쓴 스님과 같은 시적 낭만적 분류는 사라지고, 피해 수준과 독성의 강도로 나뉜다. 해양수산부는 14종의 주요 해파리 종정보를 제공하는데, 독성에 따라 약독성, 강독성, 맹독성 해파리로 분류한다. 매년 5~8월에 제주도와 남해에 주로 출현하는 작은부레관해파리, 상자해파리, 관해파리는 맹독성 해파리다. 맹독성 해파리에 쏘이면 채찍 모양의 상처가 발생하고 주변 부위가 급격히 부어오른다. 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에서 관찰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유령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야광원양해파리는 강독성 해파리다. 지난 여름에, 제주도 함덕해수욕장과 연대 포구에서 푸른우산관해파리를 본 적이 있는데,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크기에 푸른 테두리가 있어 겉보기에 아주 화려하게 보이는 해파리였다. 해변을 뛰어놀던 아이들은 푸른 테두리가 신기해 바라보고 있었다.

김진수 선생님이 촬영한 푸른우산관해파리
제주시 연대포구에서 확인한 푸른우산관해파리, 햇볕에 말라 보라색을 띄고 있다

수온상승이 불러온 해파리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매주 ‘해파리 주간속보’를 올린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홈페이지에 ‘해파리 모바일 웹(web) 신고’ 팝업창을 띄웠다. 지난 5월 말, 전남과 경남에 발령된 보름달물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는 6월에 전북과 충남해역까지 확대되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단계 특보는 7월 초 제주에 발령되었고, 채 10일도 지나지 않아 경남, 경북, 부산, 울산으로 확대되었다. 해양수산부는 ‘해파리 매뉴얼’에 따라, 해파리 위기특보를 관심단계, 주의단계, 경계단계, 심각단계의 4단계로 나눠 발령하고, 어민들은 지자체를 거들어 어구 파손을 막기 위해 해파리 제거방안을 마련한다.

제주항에서 출항한 ©방탄어부호에서 촬영한 노무라입깃해파리

해파리 쏘임피해 신고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해수욕장 7곳에서 2019년 109건, 2020년 680건으로 크게 뛰었고, 2022년엔 742건까지 늘었다. 제주도는 전국 최대 수준으로, 매년 수백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한다. 2018년 885건, 2019년 574건, 2020년 770건 등 2018~2020년 3년간 2,000건 이상 발생하였다. 특히 맹독성 해파리인 작은부레관해파리 쏘임 사고가 자주 보고되는데, 작은부레관해파리는 짙은 파란색에 작은 풍선 같은 독특한 모양을 갖고 있어서 아이들이 호기심에 만지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지난 주, 제주바다에서 확인한 상황은 ‘해파리 대발생’이라 할 수 있는 ‘해파리 심각단계’(노무라입깃해파리가 3개 광역시도 이상에서 발견되고, 10마리 이상/100㎡ 일 때 발령)처럼 보였다. 해파리 주의단계 특보가 최초 발령된 날짜는 지난 해보다 10일 이상 앞당겨졌다. 특보 발령 시기는 매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제주 북부 앞바다 수온은 대략 23~24℃ 수준으로 평년에 비해 최소 3℃ 정도 높은 이상 고수온 현상을 보였다. 과거 열대 지방에만 서식하던 강독성, 맹독성 해파리가 빠르게 제주 바다를 넘어 한반도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한반도의 6, 7월은 해파리 대량출현의 시기, 기후위기의 시대이며, 본격적인 해파리의 계절이다. ‘해월’, ‘해팔어’의 시대는 가고,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해파리를 추적하는 시대가 왔다.

제주의 7월은 장맛비와 안갯속에 가득하다. 서귀포를 넘어온 비구름을 한라산이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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