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 여성 노동자인 경숙은 직장에서 '계장' 직책을 맡고 있다. 서른 두살 고용주는 경숙을 '계장' 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경숙이모' 라고 할 뿐이다. 경숙도 '계장' 이라는 직책이 불편한지 동료들에게 "그냥 이모라고 부르면 된데이" 라고 말한다. 경숙보다 훨씬 오래 일한 70대 여성인 사람은 직책이 없다. 평소에 남자 사장의 눈치를 많이 본다. 그는 투명인간이다. 고용주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거의 소통하지 않는다. 직원 누구도 그의 이름을 모른다. 입사한지 얼마 안 된 50대 남성들의 직책은 '주임' '팀장' 이다. 고용주도, 경숙도, 다른 직원들도 그들을 '직책'으로 부른다. 삼촌이라고 부르는 일이 없다.
왜 여성은 남성들보다 오래 일해도 직책이 없거나 낮을까. 왜 '직책'을 낯설어할까. 왜 노동의 가치는 저평가 될까. 왜 그들의 노동은 ‘단순 노동’ 일까. 그들은 쉬지 않고 허리, 팔 등 신체를 움직이고 무거운물건을 반복해서 드는 작업을 한다. 남자 직원들보다 근골격계 부담이 커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