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는 _________________(하)면 좋겠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어딘가에 닿기는 닿았나보다.
2023년 1월 30살을 맞이한 내가 2023년 6월이 되면 28살이 된다.
그리고 2023년 7월 21일을 기점으로 다시 29살로 돌아간다.
29. 예전에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아홉수라는 게 있는지 좋았던 기억이 드물다.
회사는 퇴사했고, 빵 사먹을 돈도 없고, 친구들과 연을 끊고, 마음이 허했다.
속 빈 강정이 되어버린 나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건 내 몸이었다.
눈, 귀, 위를 가리지 않고 염증과 알레르기가 들끓었다.
해도 달도 달력도 넘어가는데 나는 그 넘어감이 싫었다.
나만 빼고 모든 것이 움직였다. 사람도 자연도 시계도.
나는 혼자 바닥을 기었다. 한게임 맞고를 밤새도록 했다.
3억만냥을 벌어 점당 20만냥을 치다 한 판에 다 잃었다. 아 인생 역시 한방인가.
동물들 데려다가 스프 끓이고, 주스 만들고, 볶음 요리 만드는 게임도 레벨 999쯤 찍었다
그러다 한 책을 읽었다. 우울한 글만 써지면 우울한 글만 써도 된다고.
그래서 이쯤이면 나 최대치다 싶은 날 전화를 걸었다.
“저 예전에 다녔던 ㅇㅇㅇ인데요.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 잡을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지금 여기와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했다.
항상 담담한 말투로 첫 문장을 꺼내셨다.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그러면 나는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하고, 수건 빨래하고, 김치볶음밥 만들어 먹고, 방 청소하고, 책상 정리만 하는데도 하루가 다 갔어요.”
선생님은 또 한번 칭찬해주셨다. 규치적으로 생활하는 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그 후로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이번 주는 한강을 걸었어요. 수요일에는 만보를 걸었는데 목요일에는 운동을 안하다 갑자기 많이 걸어서 그런지 힘들어서 쉬었구요. 금요일에는 만오천보 토요일에는 만이천보 일요일은 또 쉬었어요. 양화한강공원에 갔는데 코스모스밭이 너무 예뻤어요. 한강 아리수 만찬도 봤어요.”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이번주는 읽고 싶은 책이 생겨서 버스를 타고 도서관을 갔어요. 눈이 엄청 많이 왔는데도 친구가추천해준 책이 너무 궁금해서 책을 빌리러 갔어요. 그 책을 빌리는데 신간도서에 제가 좋아하는 분의 책이 보여서 그 책도 빌렸어요. 얼른 읽고 친구가 추천해준 책 내용도 얘기하고, 제가 읽은 책도 추천해주려구요“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이번주는 이력서를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와서 쓰게 됬는데 쓰다 보니까 제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됐어요. 저는 제가 되게 게으르고, 물 경력이라 다시 카피라이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제 생각보다 저는 일도 많이 했고, 성과도 좋았어요. 선생님. 저는 제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가봐요. 그래서 너무 좋아요.”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선생님 저 이직 성공했어요!! 이력서도, 1차면접도, 2차면접도 모두 통과했어요. 저 너무 떨렸는데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말도 모두 다하고 이 정도로 했으면 떨어져도 후회는 없었는데 합격까지 했어요. 저 브런치 작가도 됐어요. 예전에 쓴 글로 신청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글을 잘 쓰는지도 모르나봐요. 선생님. 저 예전보다 많이 단단해진거 같아요. 제가 저를 좋아하게 됐어요.”
사실 나는 헤드헌터 처음 제안받은 카카오도 떨어지고, HS애드, TBWA 기타등등 제안하고, 서류를 집어넣은 수많은 기업에서 딱 한 곳만 최종합격을 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내가 그렇지. 역시 잘될리 없어. 내 걱정이 현실이 되었어.’하며 나가떨어졌을 결과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나에게 만족한다. 많이 찢어지고 찢겼지만 그 살을 다시 예쁘게 잘 붙이고 꼬맨 지금이 좋다. 그래서 올 한해 내가 얼마나 크게 찢어지든 나는 괜찮을 것이다. 리터치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