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송이가 엄마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고나 내 품에 안겨 잘 때 슬프면서도 행복하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프고 해 줄 수 있는 게 있어서 행복하다. 그러니까 내가 송이를 바라볼 땐 언제나 슬픔이 먼저고 그다음이 행복인데 송이도 그랬으면 하는 것, 송이가 자신을 바라볼 때 처음엔 좀 슬프더라도 마지막은 좋았으면 하는 것... 그게 내 유일한 바람이다. '
'내 마음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 텅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살아왔다. 사랑할 만한 것이라면 무엇에든 빠져 들었고 아파야만 한다면 기꺼이 아파했으며 이 생에서 다 배우지 못하면 다음 생에서 배 우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 텅 빈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그건 슬픈 말이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면서 나는 내가 도넛과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됐다. 빵집 아들로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깨달음이었다. 나는 도넛으로 태어났다. 그 가운데가 채워지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