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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영인 Aug 07. 2022

고구마에 관한 고찰

고구마 먹는 방식은 여러 가지

생고구마

찐 고구마

군고구마

튀긴 고구마

생고구마는 씹을수록 달다.

그러나 단 맛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찾아다녀야 한다는 수고로움이 있다. 

그래도, 수고로움 끝에 찾은 은근한 단 맛은 더욱 소중하기에 가끔 떠올리고는 

그래, 꽤 괜찮았지. 하며 다시 찾아 나서게 된다.

찐 고구마는 사춘기 소녀이다.

삼발이 아래 위태하게 찰랑이는 강물

피하려 하지만 결국 옷에 물들어 축축이 젖어버리는 불쾌함

그래도 은은한 열기에 어느샌가 마음은 부드럽게 푹 익어 새로 태어나지만

젖은 채 몸에 붙어 떼어내기 힘든 옷은, 그 성장의 상처와 흔적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군고구마는 과유불급의 표본.

적당히 구우면 적당히 농축되어 적당히 달고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가끔, 과한 욕심에 남겨진 마지막 한 덩이의 군고구마는 

다음 날 이미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과거, 구움의 맛에 대한 미련으로 

또 한 번 전자레인지를 찾는 구질구질함이 깃든

군군 고구마는

과하게 농축되고 과하게 달아

실망과 외면을 받는다

적당한 양과 적당한 시간, 

적당한 기대와 적당한 즐거움이,

그래 그것이 적당하다

튀긴 고구마는 무책임하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흥행보장 템이라며 자신 있게 튀김옷을 입었지만

그것은 자신에 대해 자신 없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일 뿐. 

튀겼으니 나도 맛있는 튀김이겠지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고구마의 퍽퍽함

튀김옷과 붙지 않고 자꾸만 분리되는 앙상한 몸

어울리지 않는 조화

고구마야 너의 인생을 살아라

+오늘 군고구마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은 후 

무지막지하게 후회한 경험에서 시작된 고찰.

그리고 확실히 나는 고구마튀김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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