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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영인 Aug 11. 2022

드라이아이스를 바라보며

배스킨라빈스는 포장해와야 하는 이유

j 왜 계속 보고 있어?



y 예쁘지 않아? 뻗어나가는 모양 좀 봐

넌 이거 보고 무슨 생각이 들어?



j 도태되고 있어



y 왜 도태지? 자유롭게 뻗어가는 중인데?


j 스러지고 있잖아



y 스러지는 것이 안 좋은 의미일까?

행복할 수도 있잖아.

왜 도태라고 표현한 거야?



j 지금처럼 원래 덩어리가 뭉쳐져 있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와 의의,, 랄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자신만의 본질적 이미지인데,

그게 스러지고 있잖아.

눈앞에서 흩어지며 사라지는 거지.


원래 그랬던 것처럼 견고히 뭉쳐있다면

굳건하게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텐데

그게 풀어지면서 마음이 해이해지는 거지.


그러면서 본래의 성질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결국에는 한 곳에 자리잡지 못하고

어디론가 떠돌아다니게 되는 거지.


처음에는 흰색으로 연기가 눈에 보이잖아

근데 그게 점점 공기 중으로 사라지더니 안 보이게 되고

어디로 가는지 흔적도 없어.

있긴 있으나 다 흩어졌기 때문에 볼 수 없으면

존재하는 존재로서 기억되지 않게 되는 거지



y 그렇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어.

자신의 모양대로 구불구불 저마다 다른 형태로 흩어져가는 것은

억압되어있고 속박되었던 네모난 형태에서의 해방이라고 생각해


꼭 이 세계에서 인간의 눈에 보이게끔, 편리하게끔

인위적으로 다듬어진 어떠한 모양의 고체로 남지 않아도 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자기의 자리를 찾은 거지.


봐, 자신의 모양대로 힘차게 나아가잖아

각자 원하는 형태로 세상의 일부가 되어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행복 아닐까?



j 그런데, 지금 이 연기는 처음 상태에서 변한 거잖아

사람이 태어날 때는 더럽혀지지 않고 깨끗한

본질적 가치가 있는데

살아가면서 차츰 지키지 못하고 사라져 간다고 생각해


저 연기도 자신의 가치와 모양을 잃고 사라지는 중이지

처음엔 단단히 뭉치면서 단합하고,

마음까지 결합을 했었는데

결국 버티지 못하고 이탈한 것이 저 흩어짐 현상인 거지.


마음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신경을 쓰게 되면

이상적으로 좇던 게 사라지게 되지


y 그럼, 고체 형태를 시작이라고 본거야?



j 드라이아이스는 고체상태의 이산화탄소인데

상온에 둔 후 온도에 의해 기체가 되어

승화하는 거잖아



y 아 고체가 먼저고 기체가 나중이라는 거구나!



j 그렇지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고체에서 기체로 변한 것이니까

먼저인 고체형태야말로 깨끗한 상태라는 거지


그런데 그 원형을 유지시키지 못하고,,,

봐, 가장자리부터 기체로 바뀌어나가잖아


외부의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강제든 자발이든 결국 포기하게 된

안타까운 상황인 거지



y 그렇구나.

같은 드라이아이스 연기를 보고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정말 재밌는 일이다


그리고 이 아이스크림은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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