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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코스

1주 차

by 이야기하는 늑대

실로 간만에 오프라인 교육을 받으러 사는 지역을 벗어나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을 가기로 했다. 청주에서 멀지 않은 행정구역이 맞닿아 있는 대전으로 교육을 받으러 가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엔 일도 열심히 하고 교육도 정말 열심히 받으러 다녔다. 그때 참 일도 많았고 교육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또 많이 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결혼준비까지 하느라 정말 바빴다. 일주일에 한 두어 번 코피도 흘린 거 같다. 중학교 시절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을 때 코피를 흘린 이후로 피곤해서 코피를 흘린 건 거의 처음이었던 거 같았다.



코로나 이후엔 일이 하기 싫어졌다. 코로나 때문은 아니었다. 공교롭게 시기가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글이 쓰고 싶어졌다. 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고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결과는 뭐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는 정도다. 물론 일부 플랫폼에선 작가라고 불리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일이 하기 싫었음에도 잠정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음에도 교육은 열심히 받았다.



일을 열심히 할 때 받은 교육의 의미는 빠른 승진(내가 일하는 곳에선 승진이라는 표현대신 다른 표현을 쓴다.)을 위해서였다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던 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바랐을 때 받은 교육은 일을 정말 그만두기 전에 일을 하던 곳에서 다른 길을 찾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이렇다 할 길을 찾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최선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일만 했다. 최소한의 일만 겨우 하는 시점에 받는 교육은 의미가 없었다. 더욱이 코로나를 기점으로 온라인 교육이 많아졌는데 설령 교육을 받는다 해도 화면만 켜 놓고 딴짓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냥 교육도 안 받았다. 관심을 끊었다. 글을 쓰는 것도 힘들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이 잘 안 써지는 시기를 ‘글럼프’ 혹은 ‘글태기’라고 하는데 내가 딱 그랬다.



그렇다면 그때의 나는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느냐? 그건 아니다. 전혀 우울하지 않거나 1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냥 그랬다. 일단 짧지 않은 시간 해 왔던 일이기에 최소한의 노력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되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었고 쓰기 싫은 글이지만 일주일에 한 두어 편 꾸역꾸역 쓰면서 꿈이라면 꿈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조금 더 명확한 결단을 내리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던 거 같다.



그렇게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결단이라면 결단을 내렸다. 그 과정엔 한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가족들의 지지와 도움은 너무 당연하게 늘 언제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특별히 언급하진 않겠다. 다름 아니라 이곳에서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바로 위 선배였던 사람이다. 같은 팀에서 5년 정도 같이 일을 했고 또 5년이 지나 다시 한번 같이 일 좀 해보자는 제안을 해 줬다. 다소간의 고민이 있었지만 일단 함께 하기로 했고 이번 교육도 함께 듣기로 했다.



교육을 받으러 가기 전날 조금 일찍 불을 껐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받을 교육이 설레서 그런 건 아니고 늘 자던 시간보다 일찍 자려다 보니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조금 설치고 약간은 피곤한 상태로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다. 나갈 준비를 하고 아직 자고 있는 아내와 아이를 한 번 보고 밖으로 나왔다. 간만에 오프라인 교육을 받기 위해 조금 일찍 일어나 나오니 기분이 과히 나쁘진 않았다. 동시에 피곤하기도 했다. 차를 타고 내비게이션을 켜니 도착 시간이 빠듯했다. 출발하면서 아 괜히 받는다고 했나 하는 후회도 일었다. 하지만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신 하품을 하면서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일 좀 다시 같이 해 보자고 고마운 제안을 한 교육도 같이 받으러 가자고 한 그분이었다. 서로 심심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전을 향해갔다. 부지런한 분이라 나보다 도착시간이 10분 정도 빠르게 나온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대화가 좋았는지 서로 간만에 오프라인 교육을 받기 위해 일찍 일어나 피곤했는지 길을 잘못 들었다고 10분 정도 시간이 밀려 결국 나와 도착시간이 비슷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보다 먼저 도착을 했고 난 안내받은 아파트에 주차를 하고 헐레벌떡 건물 담을 타 넘어 교육장에 들어섰다. 5분 정도 늦은 거 같았다.



그리 넓지 않은 사무실에 꽉 들어찬 교육생들의 에너지까지 느껴지는 건 아니었고 많이들 왔네 이러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미 교육은 시작됐고 강사님의 열성적인 강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얼마 뒤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대단한 건 아니고 그야말로 이름 정도만 간단히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어색함과 민망함이란... 이 역시 간만에 느껴 보는 오프라인 교육만의 맛이었다.



3시간 정도의 강의가 진행됐고 내용에 따라 교육생들끼리 짝을 지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많았다. 강의 주제에 따라 내 생각이나 바람 계획 등을 쓰는 시간도 주어졌다. 기억에 남는 건 3~6개월 정도 뒤에 이뤄졌으면 하는 일을 쓰는 시간이었다. 그 내용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뒤의

나는 오늘도 열심히 달리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목표한 3Kg 감량을 달성했고 이왕 한 김에 조금 더 달리기를 해 5Kg을 감량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다 봤습니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감성적으로 너무 충만해졌습니다.

나는 하고 있는 일의 업무를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업무로 절반 이상 전환을 마쳤습니다.

나는 토요일인 오늘도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가족과 즐겁게 나다니고 있습니다.

나는 이번 달도 문제없이 대출금을 갚았습니다.

나는 일단 많이 부족한 나부터 채우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다 할 종교는 없지만 나만의 종교라 할 수 있는 별님에게 하루를 마치며 우리 가족이 무사하게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는 기도를 오늘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일을 위해 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과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직장인들이 받는 흔한 교육의 일환일 수도 있지만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교육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7주간 방황하던 시간을 끊어낼 수 있는 마중물로써 즐거운 교육이 되길 바라며 위에 언급한 내용 중에 두 번째 내용은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다짐도 해 본다. 드라마는 봐야지.


https://groro.co.kr/story/1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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