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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쓴다. 250816

다누리 아쿠아리움

by 이야기하는 늑대

https://groro.co.kr/story/16035



매일매일이 똑같다. 특별한 날이 없다. 지난주를 돌아보면 월화수목요일에 뭘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딱히 기억을 할 만한 일이 없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됐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다. 일어나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안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적당히 쉬다가 오후 3시 전후로 일을 시작하는 게 전부였다. 일을 마치고 밤에 들어와 집 주변을 청소하고 난 뒤 샤워하고 누워 유튜브나 영화를 보는 매일 같은 일상이다. 이때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조금 해야 하는데 영 마음 같지가 않다. 그냥 귀찮다. 적당히 살면 적당한 인생밖에 더 되겠냐고 누가 그랬는데 가슴이 뜨끔뜨끔하지만 참을 만 한지 매일 널 부러져 별 의미도 없는 영상을 찾아 헤매다 잠든다.



금요일은 광복절 공휴일로 조금은 달랐다. 2주 전 휴가 막바지에 가려다 피곤해 말았던 단양의 ‘다누리 아쿠아리움’을 가기로 했다. 단양은 내가 살고 있는 청주와 같은 충청북도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참 멀다. 130Km 정도 떨어져 있다. 출발하면서 네비를 켰더니 근 3시간 뒤에 도착이라고 떴다. 어? 130Km 정도인데 3시간 정도 걸린다고 다소 의아했다. 그런데 네비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출발했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걸려 휴게소에 들러 점심까지 먹고 나니 근 4시간이 지난 뒤에 단양에 도착했다. 아이가 생긴 이후로 바뀐 여러 가지 중에 하나가 밥때를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이야 적당히 상황 봐서 건너뛰거나 조금 참으면 그만인데 자라는 아이를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여하튼 4시간 정도가 걸려 도착해서 아쿠아리움 구경을 잘하고 맛있는 빙수도 먹고 사진도 찍고 유명하다는 마늘 떡갈비까지 먹고 청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러니까 올 때 차가 그만큼 막혔던 거다. 어쩐지... 뭐 그건 그거고 오랜 시간 동안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운전을 하는 나도 힘들지만 뒤에서 아이를 보는 아내도 힘들고 무엇보다 아이가 힘들어했다. 이날은 유독 힘들어했다. 해서 다음 날인 그러니까 오늘 계획이 익산 미륵사지에 있는 석탑 복원이 다 됐다고 해서 가기로 했었는데 아이가 영 힘들다고 해서 계획을 수정했다.



사실 나도 많이 힘들었다. 얼마 전 휴가 때도 그랬지만 이제 하루 자고 일어나면 피곤함을 떨어낼 수 있는 나이가 지나간 거 같다. 평소에 운동을 안 하니 더 그런 거 같다. 작년만 해도 하루 자고 일어나면 별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 자고 일어나도 피곤함이 있다면 갈퀴로 내 몸의 약한 부분에 콱 박아 놓고 버티는 기분이다. 아주 죽을 맛이다. 여러 글에서 누누이 밝혔지만 난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주름이 느는 건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만성적인 통증이나 질환들이 친구 하자고 하나 둘 느는 게 영 힘들다. 오늘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온몸이 하루 종일 쑤셨다. 어쩌면 아이가 안 가겠다고 한 게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그냥 집에 있을 수는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알겠지만 그냥 집에만 있으면 끊임없이 계속 이거 저거 놀이하자고 달려드는 아이의 에너지를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다. 해서 부득부득 일을 만들어 밖으로 나가게 된다. 해서 오늘은 집 앞 카페에 가서 놀다가 다이소에 들러 생필품을 조금 사고 집에 다시 들어와 1시간 정도 쉬다가 저녁으로 고기를 먹으러 다시 나왔다. 식당에서 구워 주는 고기를 맥주 한 잔과 맛나게 먹고 날이 조금 어둑어둑해졌지만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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