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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이었을 것이다. 몬스테라 씨앗 두 개를 심었다. 하나는 싹이 막 나오는 참이었고 하나는 그냥 씨앗 그대로였다. 성급한 듯 싹이 막 나온 씨앗은 성급한 게 아니었던지 잘 자랐고 씨앗 그대로였던 녀석은 결국 흙이 됐다. 여하튼 그 하나가 꺼뭉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자라 이제 1년이 지났다.
그간 잎이 한 장 한 장 나올 때마다 보고하듯이 글을 썼고 동시에 기대했다. 내가 키우는 몬스테라가 과연 몬스테라가 맞는지에 대한 기대였다. 분명히 몬스테라 씨앗으로 받아 들었고 자라기도 잘 자랐다. 지금 세어 보니 잎이 모두 10장이 나왔다. 씨앗을 처음 심을 당시 싹으로 나왔던 첫 잎, 떡잎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잎부터 해서 가장 최근에 나온 잎까지 딱 10장이다.
잘 자라고 있다고 하면서 무슨 다른 기대를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몬스테라이기 때문에 과연 잎이 언제 찢어질까에 대한 기대였다. 보통 식물의 잎은 찢어진 형태가 아니다. 식물의 잎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보통은 활엽수의 둥근 잎과 침엽수의 뾰족한 잎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몬스테라라고 하는 녀석은 모든 종이 그런 건진 잘 모르겠지만 특이하게 잎의 형태가 찢어진 형태를 뛴다. 그래서 사실 이름도 몬스테라라고 지어진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식집사들 사이에선 그런 몬스테라의 잎을 찢잎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특이한 형태라고 할 수도 없다. 흔한 단풍잎만 봐도 둥그렇거나 뾰족하지 않고 사람 손의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방사형으로 뻗어 나가는 것처럼 생겼다. 그런 모양의 잎이 어디 한둘일까? 싶은 생각을 해 보면 몬스테라의 소위 찢잎도 사실 별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잎의 가운데가 길쭉한 타원 형태의 구멍이 난 모습은 확실히 특이하긴 하다.
여하튼 그런 몬스테라의 특징을 키우는 1년 내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아홉 번째 잎까지 지극히 평범한 둥글넓적한 형태의 잎만 나왔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뒤에 나오는 잎일수록 바로 앞에 나온 잎보다 조금씩 커졌다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드디어 열 번째 잎이 그야말로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찢잎으로 나왔다. 아하! 이놈 이거 정말 몬스테라가 맞구나, 그걸 1년 여 만에 드디어 증명해 내는구나 싶어 연신 신기한 눈으로 계속 바라봤다. 동시에 궁금증이 일었다. 원래 이렇게 싹이 나오고 한참 뒤에 비로소 찢잎이 나오는 건지, 그저 나오는 잎마다 확률적으로 둥근 잎이 되거나 찢잎이 되는 건지, 이제 앞으로 나올 모든 잎은 찢잎으로 나오는 건지, 아니면 이미 둥근 형태로 나온 잎조차도 나중에 확률적으로 찢어질 수 있는지...
그건 뭐 다음 잎이 나오는 순간 어느 정도 가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그간 기특하게 잘 자라준 부분에 대한 고마움은 잘 모른 채 찢잎은 언제 나오는 건가 하는 기대만 했던 부족한 식집사의 마음 한 구석을 채워준 듯하여 그 모습이 더 기특하고 고마웠다. 꺼뭉아! 앞으로도 잘 찢어지자(?).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