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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쓴다. 250913

우리 동네 도서관

by 이야기하는 늑대

https://groro.co.kr/story/16276



9월 초에 우리 동네 도서관이 다시 개관을 했다. 지난해 8월경에 갑자기 내부수리를 한다고 하면서 임시 휴관 공지를 했는데 휴관 기간이 장장 10개월이었다. 뭘 대단하게 뜯어고친다고 10개월이나 하는 거야 하는 볼멘소리가 먼저 나왔지만 도서관이 하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면서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음을 돌렸다.



요즘 지어지는 도서관에 가보면 사실 눈이 돌아간다. 도서관의 전통적인 역할인 도서대여와 일정 부분을 할애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정도를 제공하는 걸 넘어 그야말로 해당지역의 복합문화 센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해서 시간이 나면 한 번 가 봐야지 책을 빌릴 일이 있으면 가야지 하는 도서관이 아닌 시간을 내서 가는 도서관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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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우리 동네 도서관은 지어진지 조금 오래됐는지 도서를 대여해 주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을 제공해 주는 게 거의 전부였다. 규모도 최근에 지어지는 도서관에 비해 작아 사실 뭘 더 넣어서 지역민들에게 제공해 주고 싶어도 이거 뭐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저 아쉬운 마음을 담은 채 책은 마음껏 빌릴 수 있으니 그에 만족하며 다녔던 도서관이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이런저런 소소한 행사도 많이 해서 참여도 은근히 많이 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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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런 도서관이 내부수리를 한다고 하니 아 책은 어디 가서 빌리라고(물론 인근에 다른 도서관이 여럿 있기는 했다. 차를 끌고 가면 30분 안 쪽으로 갈 수 있는 도서관이 대 여섯 곳은 있었다.) 하는 볼멘소리가 앞섰지만 바로 이어 그래 이왕 고치는 거 조금 더 많은 걸 품은 도서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돌려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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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이 처음 예정한 10개월을 넘어 3개월 정도 추가 공사를 하고 드디어 9월 초에 개관을 한 것이다. 개관한다는 공지를 보자마자 아내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 우리 도서관 개관한다! 하고 외쳤다. 그리고 오늘 더부살이하는 거 같은 느낌으로 다녔던 다른 도서관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우리 동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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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는 안 했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변화를 준 거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작은 도서관이라 공사하면서 공간 활용을 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 책을 빌리고 도서관 여기저기를 구경하면서 내 책도 하나 빌렸다. 사실 요즘 책을 거의 아니 그냥 안 읽고 있어서 아이 책을 빌릴 때를 제외하면 도서관에 딱히 가질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빌린 책을 솔직히 읽을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저 구경을 하다 나도 모르게 신간코너에서 이렇다 할 고민도 없이 그냥 눈에 걸리는 책 하나 대뜸 꺼내 들어 빌려 왔다. 우리 동네 도서관이 다시 열렸으니까 그냥 빌려 왔다. 책을 읽는 건 그렇게 중요한 순간이 아니었다. 보다 나은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줘서 고맙다, 도서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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