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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동물원

by 이야기하는 늑대

https://groro.co.kr/story/16391



쉬는 토요일을 맞아 아내, 아이와 함께 지역에 있는 동물원에 간만에 갔다. 얼마 전까지 탐방로 일부를 보수 공사 한다고 해서 운영을 하지 않았었다. 청주 지역에 있는 동물원이라 규모가 크지 않다. 당연하게도(?) 서울에 있는 동물원에는 비길 수조차 없고 인근 도시인 대전에 있는 동물원보다도 작다. 그래도 난 우리 지역의 동물원을 사랑한다.



가면 솔직히 딱히 볼 것도 없다. 규모가 작으니 마음먹고 돌면 한 시간 정도면 다 볼 수 있다. 그 한 시간도 산을 깍지 않고 그 위에 그대로 사육사를 둬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자 사육사까지 올라가는 게 고역이다. 그렇지 않고 평지였다면 아마 40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소위 있을 동물들은 다 있다. 대표적인 동물들만 나열하면 들어서자마자 수달이 반겨 주고 이어 원숭이, 반달가슴곰, 늑대, 호랑이, 스라소니, 여우, 독수리, 얼룩말 그리고 마지막 사자까지 동물원 하면 생각나는 동물들의 50% 정도는(냉정하게 잡아도) 다 있다. 물론 코끼리, 기린, 코뿔소, 하마 등은 없다.



그런데 또 우리 지역 동물원이 의미가 있는 게 전국 각지의 운영이 어려운 사설 동물원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받아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물원이다. 최근에 다른 지역 동물원에서 방치돼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사자 ‘바람이’를 받아 어엿한 밀림의 왕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다시 찾아 준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다른 동물원에도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동물원 가장 높은 곳에 동물원에서 삶을 이어 가다 죽은 동물들을 추모하는 공간도 있다.(사실 많이 허름하긴 하지만 여하튼...)



결정적으로 시에서 운영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입장료가 단돈 천 원이다. 동물의 종류가 부족하고 시설이 다소 낙후돼 있어도 입장료 천 원이라는 점이 모든 걸 다 용서해 준다. 사실 개인적으로 입장료를 조금 더 올리고 시설 개선을 조금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하튼 뭐 간만에 갔는데 공사 이후 재개원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았고 특히 오늘 알고 보니 동물원에서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어서 사람이 더 많았다. 부족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우리 지역 동물원에 물론 대부분 우리 지역 사람들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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