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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지세라騎虎之勢는 말이 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탔다는 이야기로 이미 시작한 일을 중간에 그만둘 수 없다는 뜻이다. 어쩌다가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탔는지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순간 할 수 있는 건 그 등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냥 뛰어내리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호랑이의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 뛰어내리다 자칫 다칠 수도 있고 혹여 잘 뛰어내렸다 해도 군침을 흘리며 바라볼 호랑이를 생각한다면 안 뛰어내리는 게 맞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게 뭐든 이왕 시작한 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 보라는 나름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네 삶이 꼭 내달리는 호랑이 같다. 우린 그 호랑이 등에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내 던져졌다. 내가 호랑이 등에 타겠다고 그러니까 삶을 살아가겠다고 의지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없을 테니 우린 가열차게 내달려 가는 삶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짐을 당한 거다. 등 떠밀려(삼신할머니가 진짜 계신다면 엉덩이를 떠밀려) 올라탄 호랑이 등이지만 마음대로 내려올 수 없는 점도 비슷하다. 삶에서 내려온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물론 궁극적으론 내려올 수 있고 내려와야 한다. 자발적으로 내려올 수는 있으나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론 허용하지 않는다. 해서 내려오는 것 역시 보통은 내 의지와 상관없고 오히려 내려오기 싫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부분이 조금 이상하다면 이상할 수 있는 부분인데 처음 올라탈 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올라타짐을 당한 거라면 내려오는 게 맞을 텐데 이게 또 타고 달리다 보면 은근히 재미도 있고 신도 나고 해서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타 보자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삶은 정확하게 기호지세의 형국인 거 같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상황은 벌어졌고 상황이 벌어졌으니 의도와 관계없이 일단 꽉 붙잡고 앞을 보고 같이 내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속도가 빠르고 뭐가 뭔지 모르는 것들이 휙휙 지나간다고 해도 정신 붙들어 매고 앞을 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두렵지만 두려울 게 없다. 딱히 어딜 향해 달려가는지 또 언제 떨어질지도 몰라 두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호랑이 등에 착 달라붙어 있으면 분명 어딘가를 향해 가긴 간다는 것이다. 내가 달려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내 능력이나 의지 등과 상관없이 정말 맹렬하게 내달려 가는 삶이라는 호랑이가 고맙기도 하다.
오늘도 정신 바짝 차리고 신나게 달리는 호랑이와 함께 앞을 바라보면 될 일이다.
가자! 호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