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가치
나는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쓴다.
블로그는 나의 일상과 생각을 담고 저장하는 수장고다. 블로그를 하게 된 시발점은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나 문득 블로그에 글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일상의 기록하는 수단에 불과했지만, 점차 영역을 확장해 갔다. 내가 경험한 거의 모든 것들이 글로 변했다. 영화 감상 후기부터 제품 리뷰, 맛집 탐방기까지 나의 글은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유일한 원동력은 재미였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글쓰기에 오롯이 몰입할 수 있었다. 그저 내가 경험한 것들을 글로 표현하는 데에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글쓰기는 언제나 새로움 그 자체였다. 순간의 감정에서 시작된 글은 점차 추진력을 얻어 쓰는 분량도 점차 늘어갔다. 지난 날 작성한 글을 되돌아보며 나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알고 지내는 작가의 권유로 큰 기대 없이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했고 그게 단번에 붙으며 새로운 영역으로 입성하기도 했다. 브런치는 더 많은 사람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를 통해 출간 제의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스팸 글로 여기고 그다지 의미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글에 남겨진 미미한 단서와 회신을 요청하는 이메일 주소를 여러 차례 검색하여 실제로 존재하는 출판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매출 규모로 보나 업력으로 보나 작은 출판사인 것은 분명했지만 출판의 도시인 파주에 적을 두고 있었고 활발하게 책을 발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용건은 내 글에 관심이 있고 내 글로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내가 쓴 글이 출판관계자에게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움과 큰 기쁨을 느꼈다.
글쓰기에 대한 인정 같았다. 가슴이 뛰었다. 마음 한편에는 궁금증과 불안감도 있었다. 사실 나는 브런치 스토리에 썼던 글을 모아 POD 출판을 계획하고 있었다(알고 있다. 초고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고 편집 과정도 무척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딱 잘라 말하자면 무시당했다. 당시 나는 회신 메일을 작성했다. 블로그와 브런치 주소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담았고 나의 세계관과 내가 걸어온 길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물었다. 나의 글에 대한 생각, 출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
그러나 내 메일은 메아리처럼 답장 없이 공허한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여전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기다렸다. 한 주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나의 열정과 기대는 점차 불안과 실망으로 변해갔다. 정성들여 작성한 그날의 메일을 수없이 반복해 읽으며 왜 답장이 없는지 궁금해 했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답장을 받지 못했다. 까닭도 알지 못한다. 정성스레 쓴 메일이 무응답으로 남겨진 것이 가장 비참하고 씁쓸한 맛을 남긴다. 하지만 나는 더욱 단단해졌다. 소통의 부재는 아쉽지만, 그게 나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출판사에 대해 티끌만한 원망도 없다면 거짓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들의 리젝 조차 나는 일종의 예방접종 정도로 간주하기로 했다. 내 글이 언젠가 지면으로 누군가에게 닿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멈추지 않고 오늘도 글을 쓴다.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한번 사유한다. 글쓰기는 나에게 습관 이상의 의미이다.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방식이며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이다.
출간 제안은 큰 선물이었고 비록 그 일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