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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쌤 Jun 20. 2024

유영국의 '산'이 전하는 단순함의 미학

미술관에서의 짧은 사색


 미술관을 찾는 일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지난 주말 전시실 입구를 지나 유영국의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그 앞에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다양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지만, 특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유영국 화백의 '산'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처음 본 '산'은 그 단순함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최소한의 선분으로 산의 웅장함과 시원함을 담아내고 있었다. 미니멀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산의 능선과 자연의 힘이 담겨 있었다. 그날도 나는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 주황색은 단풍 든 산을 표현한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가을 산의 화려한 색채를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했다는 것이 참으로 경이롭지 않은가. 주황색, 붉은색, 그리고 노란색이 어우러진 가을의 산은 그 자체로 자연이 빚어낸 예술 작품이다. 유영국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독특한 구도와 색으로 표현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미술관의 다른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단색화의 간결함은 침묵을 연상케 했고 화려한 색감의 추상화들은 강렬한 에너지를 전해줬다. 그러나 '산'의 잔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유영국은 최소한의 표현으로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이 균형 잡힌 그림 안에는 자연의 거대함과 평온함이 함께 존재했다.


 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상쾌한 공기와 발밑에서 느껴지는 흙의 감촉, 머리 위로 펼쳐진 끝없는 하늘. 유영국의 그림 속에는 이런 모든 감각들이 담겨 있는 듯했다. 단순했지만, 산이 주는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그림 앞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미술은 참으로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선과 색채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니. 유영국의 '산'은 나에게 그런 감동을 주었다.


 미술관을 다녀오면 언제나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 유영국의 '산'으로 단순함의 미학을 깨달았다. 그리고 미술이 가진 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미술은 일상의 반복적인 패턴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창이다.


 비록 일상의 한 순간일지라도, 그 순간이 주는 여운은 오랫동안 남는다. 단순함의 미학은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힘을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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