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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개 지화 Dec 18. 2023

새벽 카페 알바를 통해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

(feat. 낮보다 밤이 더 바쁜 그곳.)

다양한 알바들을 해보았지만.


낮보다 밤이 더 바쁜 가게들이 있다.


어두움 가운데에서 꽃을 피워내는 가게들.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앞 호프집에서도 알바를 해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경험했던 알바들 중, 가장 힘들었던 새벽 알바는 호프집이 아닌,

카페 알바였다.


언주역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었던 24시간 카페.


아마OO오.


케이크를 주로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그렇게 값비싼 케이크들이 포장하는 게 힘들 정도로 빠르게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서 참 신기했던.



당시 나는 이미 다른 알바를 하고 있었고, 단편 소설 공모전도 준비하는 중이었어서 낮에 하는 알바 외에, 밤에 하는 알바를 구하고 있었다.


이미 하루 24시간이 쪽잠+일+수업+과제로 이루어져있었기 때문에.


과하지 않으면서도. 시급이 쎈.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그런 알바.


그러다보니 당시는 코로나 전이어서 24시간 카페 알바를 찾곤 했었고, 24시간 카페는 주로 강남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보신 사장님의 왈.


일 똑부러지게 할 것처럼 생겼네. 언제부터 나올 수 있나?



그렇게 나는 24시간 카페에서 밤 11시-새벽 5시 파트 알바를 하게 되었다.


술집도 아니고, 카페니. 손님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하며.


하하.


하지만 알바 첫 날부터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새벽 2시, 3시부터 들이닥치는 수많은 손님들.


지금이 밤인지, 새벽인지, 낮인지. 구별이 안 되는 수많은 요기요, 주문.



나중에 알고 보니, 1층 강남 대로변에 있었던 그 카페는.


주 고객층이 지하 1층의 룸싸롱과 2층의 술집 손님으로 낮보다는 밤에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몰랐어요? 여기 위에랑 아래 둘다 업소잖아요. 헐. 표정 보니까 몰랐나보네.


룸싸롱에서 일하던 언니들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많이 없다보니, 종종 심부름꾼들을 통해 7만원, 10만원에 달하는 케잌들을 사서 드시곤 했고, 아니 이 비싼 걸 누가 먹어. 생각했던 케이크는 생각보다 너무 잘 팔려서 항상 새벽 6시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6시반부터 출근하는 제빵사들과 교대하며 인사를 했던 나날들.


당시에 최저시급이 8천 얼마였던 것 같은데, 내 시급은 주휴수당을 제외하고도 12,000원이었으니...


알바비가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수많은 알바를 통해 그렇게 깨닫고도, 시급 천원, 이천원 차이는 정말 큰 유혹이었다.



그리고 한 세 달정도 일을 하니.


자야할 시간에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상황에서 몸이 급격하게 망가지기 시작했다.


쉬는 날에 잠을 많이 자도, 회복이 안 되는 기분이랄까.

운이 좋아 새벽 5시에 일이 끝나도 첫 차가 거의 5시 반에 있었기 때문에, 카페 로비에서 20-30분 정도 쪽잠을 자야만 천근만근 지친 몸을 이끌고 그제서야 나올 수 있었다.


세포 노화를 급격하게 촉진시키는 기분이랄까.



지나친 과로는 몸 뿐 만 아니라 마음도 지치게 한다는 것을.


먹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내가 식욕도 점점 사라지고, 그렇게 재미있게 듣던 학교 교양 수업에서도 멍을 때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을 이제는 정말 그만두어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학비나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지만.


왜 그렇게 절박하게 일을 했을까.


어렸을 적부터 나는 미래를 대비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돈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해. 모아두어야 해.


그래야 나중에 사업을 하던, 부동산을 사던.


나중에 내가 정말 원하는 때에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부모님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으니까.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더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선택하고 싶으니까.



물론, 나중에 아무리 내가 돈이 많이 힘이 세져도, 세상에 내가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양한 일들을 겪고,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며.


사업을 해보기도. 직원들을 뽑아보기도. 해고해보기도.


귀인을 만나기도. 악인을 만나기도 하며.


깨달아가는 중이다.



여러가지를 경험하면서.


건강을 잃기도, 마음을 잃기도 했던 순간들.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서 하나씩 곱씹어보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때 그런 거였구나. 하는 것들이 최근 들어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때로는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운동도, 일도, 사랑도.


열정적으로,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기에.


물론 무조건 혹사가 답은 아니다. 때로는 그저 쉬어주어야 하는 때가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세상을 느끼며.


지나간 과거와 현재, 미래를 되짚어보고 그려야하는 때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보상이 내가 생각했던 '돈'이나 '명예',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눈에 보이는 보상은 그저 진정한 목적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도구이며, 그보다 더 값진 것은 그 이면에 숨겨져있는, 변치 않는 '가치' 에 있다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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