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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r 26. 2024

한 번에 치아 3개 뽑는 아들 보는 엄마 마음

투 머치 마취제 아니야?




진짜 기함할 노릇이다.

치아가 조금 늦게 빠지나 싶은 다엘은 시기가 몰려서 몽땅 빠진다.

전에도 한 번에 2개 빠진 날도 있었고, 며칠 간격으로 치아가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금니 4개가 동시에 나왔다. 아직 빠지지도 않은 치아 옆으로 말이다. 나올 공간이 없어 옆으로 누워서 나왔으니 나중에 교정이 필요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옆에서 다엘의 발치 걱정을 하는 나를 보면서 은별 말이 "엄마 치아 교정이 그렇게 비싸다면서요? 집 한 채 값 돼요?" 란다. 그 말에 아니라며 안심시키면 되는데 나는 또 곧이곧대로 "아니, 그 정도는 아니고, 중고차 한 대 값은 될 걸"이라며 받아쳤다. 나도 참 나다. 별이도 치아가 나중에 교정이 필요할 거라는 조언을 받았던 터라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이다.


몰랐다. 다엘이 말을 안 해서 알 턱이 없었다. 열두 살이나 된 녀석 입안을 도통 들여다 볼일이 있어야 말이지. 평소에는 양치 잘했는지 확인할 나이도 지났으니, 볼일이 없다. 치아도 흔들린다고 말하지 않으면 알 턱이 없다. 게다가 이빨 빼자고 말하면 무서워서 덜덜 떨려 말도 안 하니 이 지경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치과에 가서 발치한 적이 없다. 전부 다 집에서 흔들릴 때까지 뒀다가 실로 감아서 뺐다. 어금니도 한 두 개는 그렇게 실로 감아서 뺐는데, 이번에는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밀고 나오는 치아 탓에 자리도 엉망이 된 듯 보였다. 잇몸에도 영향이 있을 거로 보여 마음이 급해졌다.

치과를 예약하고 예약날짜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치과이야기만 나오면 다엘은 긴장 상태로 돌입했다. 표정에 다 드러난다. 녀석,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되는지, 근심이 가득했다.


그렇게 예약일이 되었던 오늘, 한 번에 3개를 뽑으러 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으아" 소리가 반복해서 절로 나왔다. 처음에 나는 별생각 없이, 당연히 빼야 된다며 성큼 걸어갔지만, 진료실에 누운 다엘을 보면서 내가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다니던 치과가 예약이 안 돼서 새로운 곳에 갔는데, 의사가 어떻게 치료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치료 도중 무슨 일이야 있겠느냐마는 마음이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침을 삼키고 싶은데 석션과 마취된 목의 느낌 때문에 헛구역질을 하는 다엘을 보면서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별일 없겠지. '

한 번에 3개를 하려니 애를 고문시키는 것 같아서 걱정됐다. 의사에게 한 번에 3개 발치 괜찮겠냐고 물으니, 일단 한 개 시도해보고 괜찮으면 2개마저 해도 될 것 같단다. 그래 놓고 3개 다 마취를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각 두 번씩 더 마취를 하는 걸 보면서 진짜 괜찮은 거 맞냐고 묻고 싶었다. 내 두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그리곤 3개를 차례로 빼냈다. 치아 모양의 작은 컨테이너에 어금니 3개가 통통통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마취를 받고, 발치는 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서 괜히 티브이에서 봤던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치아 뽑다가 사고 났다는 기사 말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고, 또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아이가 누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소중함이 내게 확 와닿았다. 진짜 이상하게도 가끔 , 아주 가끔. 내 소중한 아이들을 잃으면 나는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 끝이 찡해진다. 그럴 일이 있으면 안 되지만, 그런 두려움이 내게 종종 찾아든다.



 

집으로 오는 길에 새로 생긴 카페에 들렀다. 아이스크림 사주겠다니, 아이스크림은 싫고 시원한 음료수가 마시고 싶단다. 마취로 양쪽 볼이 다 저릿저릿한 상태라 입맛도 없지만, 그저 잘 참았다고 토닥거려준 후 당장 해줄 수 있는 보상이 음료뿐이었다.


딸기 스무디를 먹으면서 잇몸을 씹어 아파하는 다엘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 의사 선생님이 조심하라고 했는데,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거다. 좀 전까지 했던 걱정은 훠이훠이 지나가고, 내 앞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안도와 감사의 마음이 가득 들었다.


다엘은 그 무서워하던 치과 치료를 당당하게 마치고, 눈물이 찔끔 나오던 그 힘든 치료도 잘 이겨냈다는 사실에 조금 뿌듯하다고 했다.

뭐든 지나간다. 물론, 네가 가는 길에 염려했던 것처럼 예상 못한 일 혹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참을 일도 아니었다. 더 큰 병 혹은 불편을 막기 위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깊은 밤, 아이들 방에 들어가 침대로 반쯤 삐져나온 다엘의 다리를 이불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불 잘 덮어 주고 나왔다.

아이들이 자란다. 지금처럼  잘 자라주길, 내가 손 놓아줄 때까지. 건강하게 자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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