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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May 16. 2024

글감은 정하는 것이다

글쓰기도 말도 결국 묘사다



지난 주 글쓰기 정규 수업 중에 수업에 참여한 윤 작가님에게 주변에 보이는 사물 중 아무거나 하나 고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물의 생김새를 묘사해보라는 주문을 던졌다. 언제 그렇게 볼펜을 뜯어볼 일이 있었을까, 윤 작가님은 그때부터 볼펜을 보면서 하나씩 조각하고 분리하듯이 쪼개면서 묘사하기 시작했다. 


윤 작가님이 말하는 것을 받아 적고, 문 작가님에게 들리는 대로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침 문 작가님은 그림 선생님이니 쉽게 그려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묘사되는 대로 듣고 그려보면 좋겠다는 타이밍이었다. 여하튼, 묘사가 끝나고 나서 톡방에 각각 실물 사진과 그림을 그려서 올려달라고 하고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싱크로율 대박!" 


눈으로 본 것을 제대로 묘사한 윤작가님과 귀로 들은 걸 그림으로 잘 그려낸 문작가님 둘 다 신통했다. 글쓰기는 글로 쓰지만, 눈으로 보듯 읽어 내려갈 있게 글이 독자의 흥미를 일으킨다.  보통 일반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에서도 묘사 표현이 나오긴 하지만 소설에 더 많은 묘사가 되어 있다. 그 덕에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표현에 빠져들어 맥을 타고 읽어나가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에세이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독자가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흡수해서 마치 그 상황을 함께 보고, 함께 먹고, 함께 겪는 것 같이 느낄 수 있는 글을 써야 몰입하도록 만든다. 


수업 시간에는 직접 이렇게 묘사한 글을 가지고 경험에 살을 붙이고 메시지를 뽑는 훈련을 함께 한다. 덕분에 별것 아닌 일상인데도 글이 되고 주제를 정할 있는 경험을 한다. 시간만큼은 수업에 참여한 작가님들도 나도 편안한 분위기이지만, 약간의 긴장감과 흥미를 가지고 진행하게 된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즐거움이다. 


우리 각자의 주변에는 수많은 사물이 있다. 지금 내 책상에만 해도 좌 머리빗, 우 아이패드 책상에는 거의 다 마시고 자작하게 남은 물이 담긴 투명하고 둥근 유리컵, 검은색, 흰색, 노란색의 널브러진 펜가지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흰 케이스에 담긴 에어팟, 검은색 스탠드 마이크, 피부 연고, 지우개, 안약, 메모지가 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뭉뚱그려서 이야기하겠지만, 또 이것들을 볼펜을 묘사했듯이 하나씩 뜯어서 묘 사하다 보면 당장 이 자리에서 10가지의 이야기를 쓸 수도 있다. 시간과 약간의 세심함이 필요할 뿐이다. 


글감은 찾는 게 아니라, 정하는 거다. 내가 어떤 글을 쓸지 어디 글감이 없나 눈을 손가락으로 벌려가면서 찾는 아니다. 오늘 하루 중 있었던 일들 중, 혹은 내 주변에 있는 사물, 또는 오늘 만났던 사람, 갔던 장소,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 사건 등 뭐든지  될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한 가지를 쓰기로 결정했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글감이 없다고 투덜거릴 것도, 힘들어할 것도 없다. 하나만 일단 정하자. 그리고 요리조리 뜯어보자. 맘에 들어오는 것의 줄기를 잡고 손가락을 자판 위에 올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타닥 여보자. 그럼 몇 줄이라도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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