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Sep 12. 2024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요.

특별한 사람 VS 평범한 사람 




지날 달 약 열흘동안 한국에서 '샬롬 선교 발레팀'이 방문했었다. 발레단을 꾸려 복음 사역에 힘쓰는 발레 선교팀이 아프리카까지 와서 공연도 보여주고, 우리 교회 흑인 아이들을 붙잡고 발레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앞에 나가 발레 공연하며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도해 주었다. 

공연 당일 8월 18일은 가든 쳐치가 넬마피우스 동네에 세워진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0주년이라는 사실을 설립한 선교사님 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던 터라 아무도 몰라서 케이크 하나 준비하지 못했지만 그날은 축제의 날이었다. 

선교팀과 아이들의 공연 준비 덕에  마치 10주년을 위한 특별 공연을 한 날이 되었다. 아이들 발표를 돋보이기 위해 했던 풍선 장식과 아이들의 공연과 발레팀의 공연이 어우러져 특별한 날이 된 것은 분명했다. 이것이야 말로 우연의 일치가 아니던가! 

광고시간에 오선교사님이 말하지 않았다면 10주년인지, 조 선교사님도 우리도 몰랐을 거다. 무튼 나는 남아공에서, 아니 한국에서도 기회가 닿지 않을 공연을 다섯 차례나 볼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발레복 입고, 슈즈 신고, 한복 입고서 앞에 나가 같이 덩달아 추면 몸이 사뿐 날아오를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어렸을 때 발레와 한국 무용을 경험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만드는 부러운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공연날 우리 삼 남매도 같이 데리고 교회에 갔다. 기존에 교회 아이들과 어른들 뿐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들도 꽤 왔다. 공연을 마친 후 포토 타임을 가지는데, 현지 아이들이 내게 와서도 같이 사진을 찍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 그래! 근데 나는 매주 여기 교회에 있어." 이 말에는 '나는 잠시 방문한 손님이 아니니 특별한 사람이 아니야.'라는 의미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사진은 흔쾌히 응했다. 


뒷정리를 같이 하던 14살짜리 첫째 별에게 흑인 아이들이 와서 이야기했다. 

"Can I take a photo with you?"  

그랬더니 별이 고개를 절레절레하면서 "Sorry."라고 말했다. 

"너 왤케 비싸게 굴어. 그냥 한 장 찍으면 되지." 

사진을 찍어 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새침하게 왜 저러나 싶은 마음이 들어 다그쳤다. 

그러자 별이 하는 말에 놀랐다. 


 "나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잖아요."  


은별 말이 발레팀은 한국에서 왔고 공연도 하는 특별한 사람이고,  자기는 여기서 사는 사람이니까 손님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듣고 보니 내가 아까 "나는 매주 여기 교회에 있어"라고 말하며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었다. 나는 그냥 사진을 찍어 준거고, 별이는 찍지 않았을 뿐 속 마음은 같았는데 말이다.


평범이 뭘까? 우리는 우리 자신이 "평범"하다 "그저 그렇다"라고 느끼면서 살고 있지는 않나 싶다. 평범의 범위는 무엇일까? 평범하게 산다는 것의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저 그런 사람, 나는 특별하거나 대범하지 못한 사람에서 그치곤 한다. 보통 어느 한 분야에서 고만고만한 건 평범한 거고, 유명하고 능력이 뛰어나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대체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나에게? 타인에게? 


사람들의 말을 듣자 하니, 요즘에는 의식주가 다 해결되어도 다른 사람 가는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는 삶은 평범하지 못한 삶이라고 한단다. 몇 십억 하는 집을 살 수 있는 삶은 평범한 거고, 아직도 집 하나 사지 못하고 전세, 월세 사는 삶은 평범하지도 못한 거라고 말한단다. 그렇담 이 어처구니없는 미친 물가 세상에 대체 누가 그 평범함의 반열에 설 수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런 기준이라면 나는 빠른 시일 내에, 아니 죽을 때까지 그 평범의 반열에 오르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평범함이란, 그저 튀지도 않고 모나지도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내게 있는 능력대로, 큰 별 탈없이 지내는 게 평범함이 아닐까, 

모순적이게도 삶은 평범하길 바라면서 내가 비범해지지 못할 땐 왜 그리도 나를 다그치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만하지 않고 싶고, 평범한 삶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비범한 무언가를 꿈꾸는 그런 마음은 없지 않은가 되돌아보게도 된다. 


지난달 글로다짓기 북토크 책이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였다. 사실 이 책은 앞부분을 읽으면 가지게 만들었던 나의 기대가 뒤로 갈수록 처참히 무너지는 책이었다. 소문에 무색하게 기대에 못 미친 책이었달까. 다행인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른 작가들도 교훈을 얻었고 맘에 와닿는 문구는 찾았지만, 굳이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책'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작가나 작가의 생각, 말보다 글로 표현된 결과가 평범함을 넘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배울 게 있다고 말이다. 

무튼, 이 책을 통해 평범과 비범함, 특별한 일상과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고, 얻은 교훈으로 치자면 평범함이 곧 비범한 것이라는 거였다. 평범하기조차 힘든 세상, 사건 사고가 난무하고, 일상에 불꽃 튀는 크고 작은 파편들을 이겨내고 무탈하게 살아내면 가장 비범하게 살아내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나는 이 글의 서두와 중문까지 적고 발행하지 않고 저장해 둔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마무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부끄럽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중이다.) 

 

그냥, 

나는 평범해. 

나는 비범해. 

나는 특별해. 


이런 생각조차 할 겨를 없이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게 가장 평범한 게 아닐까 싶은 마음으로 글을 정리해 본다. 



 

https://blog.naver.com/with3mom/223581163782

https://blog.naver.com/with3mom/22357855746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