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젓가락 숟가락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이거 남편이 보낸 건데, 그 집도 조심해요. 나무젓가락 쓰는 거 아니까..."
온라인 기사를 열어보니, 중국에서 한 개의 나무젓가락을 오래 쓴 결과 모두 사망했고, 그 원인이 젓가락 하나를 오랫동안 써서 가족 모두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거였다. 일단,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 이야기라서 한시름 놓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5820218
"중국 기사구나. 그런데 이거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지. 그리고 중국 나무젓가락이라고 하면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썼을 수도 있나?"
기사만 봐서는 어느 지역인지, 어느 생활환경인지 알 수가 없었다. 썸네일로 활용한 젓가락, 그러니까 내가 지금 사용하는 젓가락 말고, 라면 먹을 때 쓰는 그 나무젓가락을 곰팡이 날 때까지 쓴 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중국에 갔을 때 봤던 광경이 떠오르고 했고, 잠시 입에서 신음을 나며 더러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가족 톡방에도 보내고, 남편에게도 따로 보냈다. 밖에 있을 때 톡을 봤던 터라 집에서 내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나무 조리도구, 숟가락, 젓가락을 떠올렸다. 상처 났던 긴 주걱 대용 숟가락이 떠올랐다.
나는 나무 제품을 좋아한다. 보울, 숟가락, 젓가락, 접시, 책상 등등 나무로 된 소품들이 좋다. 친근하고 편안하고 매력적이고 왠지 건강에도 더 좋은 거 같다. 친환경적인 제품이란 생각에서 그렇다.
남아공에서 나무로 된 제품이 사고 싶어 몇 군데 돌아다녔었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대게 다 중국산이었다. 한국에서도 중국산을 팔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사는 중국산과 남아공에서 만나는 중국산은 왜인지 모르게 퀄리티도 다른 느낌이다.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사가지고 들어왔다. 휴게소에서, 다이소에서, JAJU에서.
무튼 외출 후 집에 들어와서 주방으로 가서 쓰고 있는 식기류를 몽땅 꺼냈다. 입에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나무젓가락, 나무 숟가락, 주걱 대용으로 쓰는 긴 나무 숟가락까지.
평소 생각 없이 잘 닦았으니 깨끗하겠거니, 생각하며 썼던 식기류를 찬찬히 보았다. 갈라졌고, 깨졌고, 벗어졌고, 닳았다. 매일 쓰면서도 나는 그저 그러려니, 나무는 원래 쓰면 닳기 마련이려니 했다. 그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 있었지 관리는 제대로 안 했다.
"엄마 왜요? 뭐 하게요?"
"응? 이거 버리게. 이게 암을 유발한다네?"
"맞아요. 그거 입에 닿아서 색깔도 다 바랬고, 좀 그래요."
별이도 알고 있었고, 나도 알고 있었다. 매일 쓰니까, 그리고 나름대로 깨끗이 닦아서 창가 쪽에 두고 햇볕에 말려 늘 건조하게 두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 심리가 뭔지 상처 나고 닳아 버린 나무 식기류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쭉 다 뽑아 늘어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송했다.
"나 이거 다 버릴 거야."
"헐, 나무 모아요? 취미야? 뭐 이렇게 많아?"
친구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많은 건가 싶다가도 식구 5명 분을 모아 놓으니 더 많아 보였으리라. 사실 한국에서 지난번에 또 나무젓가락을 사 왔어서 그것도 꺼내서 만지작 거렸다.
"닳고 상처 나기 전까지 잘 닦아 쓰면 되지!"
그리곤 아직 버리지 않아도 될 식기류는 한쪽에 골라냈다. 또, 새로 쓸 스테인리스로 된 젓가락 숟가락도 서랍에서 꺼내서 새로 꽂아 두었다.
나무로 된 식기도구를 쓰더라도 똑똑히 쓰면 된다. 그런데 나같이 관리를 잘 못하지만 계속 나무 제품을 쓰고 싶다면 적당히 쓰고 상처 나고 갈라지고 닳은 물건은 버리고 새 제품을 쓰면 될 것도 같다. 입으로 들어가는 물건이니만큼 깨끗이 잘 닦아서 소독하고 갈라진 틈으로 곰팡이 슬지 않도록 관리하면 그만이다. 그럼 계속해서 써도 무관하다는 생각이다. 단지 나는 내 마음 변화에 주목했다.
예전에도 들었던 적 있는 내용인데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들었던 당시 잠깐의 경각심을 가지고 흠칫 놀랐는데, 이번에는 듣자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항했다. 아쉽기도 하지만 뭔지 모르게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새 젓가락을 꺼내놓으니 아이들은 '새것'이라는 명목하에 만지작거리며 반겨하는 눈치다.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집에 많다. 그런데 또 기존에 쓰던 젓가락이 아니라 예전에 대사관에서 선물 받았던 걸로 꺼내 세트를 맞춰두니 예뻐 보이나 보다.
오래된 젓가락 사용이 모두 간암을 유발한다는 건 아닐 거다. 원래 기사는 자극적이니까. 그래야 '나처럼'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그저 부모가 주는 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손이 바빠졌다. 내가 제공해 주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인데, 엄마가 괜찮다면 다 그대로 받아먹고, 엄마가 괜찮다면 해도 되나 보다 싶어 그대로 하는 아이들인데 아이들에게도 신신당부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아야겠다 싶었다.
나무든, 스테인리스든, 유리든, 플라스틱이든 뭐든 잘못 사용하면 좋은 제품도 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익히 살면서 경험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누군가 일깨워줘 상기되기도 한다.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모른 체 하고 싶었던 것도 흠칫 놀라게 만드는 사건도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일에 반응한다는 것은 또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는 점접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지기도 하는 법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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