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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Sep 15. 2024

국제 번호 표기도 모르는 우체국 직원

실수는 어디까지 용서될까 



엄마에게 소포 한 박스를 부탁했다. EMS가 없고, 일반 항공과  EMS프리미엄밖에 없는 남아공, 아! 배도 있다. 3개월 반에서 5개월까지도 걸리는 해운항공이다. 일반항공은 약 한 달 소요, EMS 프리미엄은 일주일이면 받아볼 수 있다. 수수료가 비싸지만 빨리 받아볼 수 있으니, EMS 프리미엄으로 급한 건을 받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안타깝고도 성가신 문제는 7년 동안 제대로 한 번에 온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남아공 오전 6시. 우체국에 간 엄마는 소포 부치기 전 나에게 전화를 했다. 


"너무 급해서, 지금 남아공 가는 EMS가 없다는데? 일반하고 배 밖에 없대." 

"응 맞아. 근데 EMS 프리미엄으로 보내면 돼." 

"아니 EMS가 아예 없대 4 지역은, 안 뜬대. 원래 안 뜬대." 

"무슨 소리야. 지난번에도 EMS 프리미엄으로 보냈었잖아. 원래 4 지역은 EMS가 없어." 

"이상하다. 직원이 컴퓨터로 뚜드려 보더니 없다고 했는데, 직원이 잘 알겠지." 

"아니, 엄마 다시 확인해 봐 그 직원 이상해. 내가 알아볼게" 


엄마랑 전화를 끊고 리나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자조지총 설명을 하니 그 사이 안양 우체국에 전화를 걸어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봐 줬다. 


"여기 EMS 프리미엄 이슈 없는데? EMS 프리미엄 간다는데?" 


그럼 그렇지. 그 우체국 직원이 이상한 게 맞았다. 속에서 열불이 났다. 지난번에는 다른 직원이었을 텐데, 우체국 직원이 우편 통로를 몰라서 고객에서 그렇게 안내를 한다는 사실에 천불이 났다. 매번 낑낑거리면서 우체국에 물건을 들고 가면 이 거안 된다. 저거 안된다. 이야기하는 통에 엄마를 못살게 구는 거 같아 늘 맘이 불편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가질 않는다니. 

그 탓에 엄마는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했고, 그 직원은 윗 상사에게 야단맞았단다. 야단맞아도 싸다. 이건 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아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엄마는 내게 발송인과 수신인 주소가 잘 적혔는지를 5번은 확인한 후  EMS 프리미엄으로 소포를 부쳤고, 영수증까지 보내왔다. 그리고 운송장 번호도 다시 캡처해서 보내줬다. 늘, 한 번에 제대로 안 오고 분실되거나 다시 반송될까 봐 그게 제일 불안하다. 소포가 도착할 때까지. 


배는 아예 3개월 반에서 5개월 까지 그냥 급하지 않은 물건 잊어버리고 있으면 오는데, 비행기는 한 주, 두 주, 길면 한 달까지 계속 맘을 졸이게 된다. 이번에도 1주일이 다가 오니 마음이 졸여왔다. 대체 왜 안 와, 올 때까 됐는데라며 이야기하고 있을 때쯤 엄마에게 카톡이 한 통 왔다. 


"지금 빨리 확인해 봐." 

우리가 연락이 안 된다는 건데 첨부한 문자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찾았다. 


국제 번호 하나도 제대로 기입을 못해서 + 를 4로 입력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몰라도 이렇게 모를까 싶어 이전에 쌓였던 화가 다시 치밀었다. 


"어머 세상에, EMS프리미엄 안 뜬다더니! 이제는 국제 번호도 몰라서 플러스를 4로 쓴 거야? 어떻게 이래!" 


일반적으로는 모를 수 있다. 그래, 모를 수도 있다. 그런데 적어도 우체국 직원, 국제 우편 담당이면 이런 실수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이 아래쪽에 "남아공 UPS : +27"이라고 기록해 둔 걸 보고 더 어이가 없었다. 이 정도도 확인을 안 한다는 말인가. 어쩌면 위에 적힌 날짜의 4와 아래 +가 겹쳐 보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한국에서 남아공으로 보내는 국제 소포 아닌가. 


부랴 부랴 확인하고 남아공 지부 UPS로 전화를 걸었다. 남아공 쪽에서는 소포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아직 홍콩에 묶여 있는 상태이고 오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다음 한국에서 연락을 준 사람에게 이메일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하나씩 짚어가면서 메일을 보냈고, 이런 실수에 대해서는 직원 확을 한 번 더 하고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을 한 번 더 짚었다. 


아직 다른 답변은 받지 못했다. 그저 일어난 현상에 대해 어이가 없고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게 제대로 적히질 않아서 우리에게 연락이 안 닿았더라도, 남편과 나는 계속 추적해서 찾았을 거다. 지난번에도 이메일이 잘못 적혔었는지 메일이 들어오질 않아 재차 전화해서 확인을 했었고, 소포는 잘 받았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해서 비싼 세금 내면서 나는 왜 이렇게 힘들여서 받아야 하나, 보내는 사람 비싼 세금 내고, 받는 사람 비싼 세금내야 하는 이 나라는 당최 맘에 드는 시스템이 하나도 없다. 서비스 하나 끝내주는 한국에서도 이런 실수를 한다는 것에 마음이 뾰족해졌다가, 이건 사람이 하는 일이 충분히 실수하는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도 하면 안 되는 실수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남편과 허심탄회하게 "그래, 일단 잘 오면 됐지"라고 말했다가 "좀 혼 좀 나야겠는데" 이러면서 웃다가 화내다가를 반복했다. 


강의하고 코칭할 때 사람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에게도 수없이 말한다. 괜찮다고, 틀려도 되고 잘 못해도 된다고. 실수는 많이 해도 된다고, 실패도 많이 해도 된다고 말이다수없이 실수하고 실패해 보라고 괜찮다고 권한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지.'는 모든 상황에 해당되는 말은 아닌가 보다.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용서가 안 되는 실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우체국 직원도 야단을 맞았는지, 경고를 받았는지 알턱이 없다만, 이번 계기로 같은 실수는 다시는 안 할 거다. 실전에서 부딪혀 실수하나를 줄여나가는 셈이다. 


나는 어떤가 생각했다. 나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테니까. 다른 건 몰라도 직업과 관련해 나도 라이팅 코치로서, 영어 소리 코치로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가 분명 있다. 적어도 '이건 절대 실수하면 안 돼!' 하는 영역이 있다. 직업과 관련된 전문성에서는 적어도 실수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무튼,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 않은 소포는 여전히 목 빼고 기다리는 중이다만, 이번 일로 실수와 책임에 대한 부분을 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생의 모든 위기와 황당한 순간은 우리에게 늘 교훈을 준다. 그 교훈을 알아차리를 것 또한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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