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기애가 생겼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책에서 읽곤 했다
건강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알려주질 않았다
그저 자신을 사랑하라.라고 말하기만 했다
그들도 방법을 잘 모르는 걸까?
아니면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너무 당연해서 쓰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나에겐 나를 사랑하는 일이 어렵게 다가왔다
그냥 ‘이제부터 난 나를 사랑해’라고 거울을 보며 말하면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그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자기애는 어떻게 해야 생기는 것일까?
그러다 드디어 한 가지 예를 찾았다
자신을 위해 잘 먹이고 잘 입는 것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듣고도 난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먹을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하고 싶은 요리가 없었고
패션에도 통 관심이 없었다
예시에 주어진 것들 빼고 내가 나를 위하는 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냥 그렇게 살아오고 있었는데
최근 나에게 자기애가 생기기 시작했다
버둥대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도대체 어디서 생겨났는지 나는 이 글을 쓰며 알아내고 싶다
일단은 조울증의 완화효과가 첫 번째 같다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다
매일 계속되던 우울증에서 벗어나면서 우울한 생각이 줄었다
깊었던 자기혐오가 점점 사라져 갔다
내가 생각을 멈추려고 한 것이 아니다
저절로 잦아들었다
점차 무기력하던 모습들은 사라지고 부지런해졌다
일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었을 때 집에만 머물지 않고 매일 카페를 갔다
아침 일찍 글도 쓰고 책도 읽었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점심을 먹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만보 이상 걷기 운동을 했다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독서모임이나 춤모임에 나갔다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루틴을 만들어서 꾸준히 몇 달간 지속했다
가만히 있으면 게을러지고 그 순간부터 내가 나 자신을 싫어할 거라는 걸 알았다
다시 우울에 빠질 것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았기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외출복을 입어서 긴장감을 주었다
직장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좋았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도 날 편안하게 했다
성취감도 있고
또한 월급이 주는 어른으로서의 자유함도 있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이 요즘 미소를 짓게 될 정도로
나 자신이 좋아진 이유는 ‘나를 위한 시간’ 덕분이다
나는 여러 가지를 일을 하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그 욕구를 나는 충족시키고 있는 것 같다
시간 관리의 큰 틀은 직장이 정해주고 나머지는 내가 정한다
일하는 게 힘들어서 쉴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 피곤한 게 아니면
내 컨디션을 봐가면서 자투리 시간에 이것저것 공부를 한다
돈도 벌면서 자기 계발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너무 좋다
이 기분을 설명하기가 힘들다
나를 사랑한다는 기분 말이다
마음속 어딘가 밝아오는 느낌이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누군가 나를 무시한다면 나도 이젠 반격할 것 같다
남을 사랑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내가 두 명인 것 같이…
거울을 보듯이 말이다
나처럼 나를 사랑하는 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너무 무책임한 것 같고 답답했으니까
그냥 내 일상 안에 내가 욕구하는 바를 실천하기 시작한다면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고 세뇌시키듯 중얼거리지 않아도 된다
저절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