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one Jun 03. 2024

궁중의 다과 - 만두과

꼬임의 미학

 만두과는 궁중에서 관혼상제 때 모약과를 쌓은 뒤
그 위에 올려 모양을 좋게 하던 한과이다.

 밀가루에 소금, 후추, 참기름을 한 차례 섞어준 뒤 꿀, 생강즙, 청주를 넣어 감칠맛을 더해 반죽해 둔다. 각종 반죽 재료가 서로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10분 정도 상온에서 숙성의 시간을 가진다. 보통 하루 전날 반죽해 휴지기를 두는 베이킹에 비하면 10분이란 얼마나 짧은 시간인가? 버터나 설탕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에 참기름 향만 반죽에 고루 퍼지면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여러 반죽 재료를 하나로 뭉치는 작업에서도 겉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속까지 생각한 것, 즉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이 우리 인간사와 비슷하다. 

  이어서 물에 물엿과 설탕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 뒤 여기에 로스팅 한 호두 분태와 대추, 유자청의 건지를 잘게 다져 넣어 졸여 소를 만든다. 반죽을 타원형으로 길게 밀어 소를 조금 넣고 만두처럼 두 면의 끝점을 꼭꼭 눌러 다져 반원이 되게 한다. 끝점들을 잡고 꼬아서 이어나가면서 만두과의 반원의 끝을 꼬임으로 장식한다. 이 장식하는 부분이 만두과 만들기의 절정 부분이라 하겠다. 두 면이 만나 서로 꼬아가면서 이어 나아가는 것!

 조선시대 다과를 만들던 공간이었던 생과방, 그곳에서 다과를 연구하고 만들던 궁녀들의 모습들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나라의 귀한 분께 올리는 다과이니 맛은 당연하고 눈도 즐거워야 함이 과제일 터. 궁녀들이 이리저리 만들어 보았을 그 손놀림 끝에 탄생한 모양이 바로 만두과의 꼬임장식이다. 11개 꼬임이 가장 예뻐 꼬임 하나하나를 세어가면서 장식을 해 보는데 마음과 생각처럼 잘 되질 않는다. 반죽을 꼬아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자꾸만 손과 몸이 꼬여가더니 결국 입이 마르고 승모근이 솟아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계속 만두과의 꼬임장식을 하다보니 재미난 상상이 절로 된다. 아마도 그 옛날 생과방 궁녀들은 다과를 만들면서 일상부터 속 깊은 이야기까지 서로 나누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손은 꼬임 장식은 하지만 입과 마음은 점점 풀리는 묘한 힐링을 느끼지 않았을까라는 상상말이다. 만두 모양이라서 만두과로 불린다는데 나는 왠지 중전마마의 가채 같아서 자꾸만 꼬임장식에 나비나 꽃으로 머리 장식을 해주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까지 이어진다. 

 소를 넣어 모양낸 반죽을 튀기기 전에 물에 조청, 생강을 넣고 집청시럽을 만들어 둔다. 기름에 열을 가해 150도가 되면 반죽을 넣어 튀겨주는데 앞 뒤로 연한 갈색 빛이 나면 건져내어 기름기를 빼고 따뜻한 집청에 담가 시럽 옷을 입힌다. 그러면 알싸한 생강향을 머금은 꾸덕하고 찐득한 약과가 되어 오래도록 보관이 가능하다. 집청 시럽을 조금 빼 준 뒤 줄을 세워 잣가루를 솔솔솔 뿌려주면 한 입에 쏘옥 들어가는 만두과가 완성된다. 고소한 호두와 단 대추향이 퍼지다가 상콤한 유자가 톡 씹히는 묘한 매력의 만두과. 약과만큼이나 많이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통 병과의 재해석 - 곶감단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