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공장에 미팅 다녀왔습니다
오늘 봉제 공장에 다녀왔습니다. 파우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지 꼭 3일째 되는 날이네요. 어제 새벽 3시까지 봉제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빠르게 등업 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공장 3군데에 연락을 드려 샘플 견적을 받고 한 곳에서 샘플 제작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잠깐 절 소개드리자면, 회사 잘 다니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 앱개발자입니다. 그 말인즉슨, 화면 속에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만 했지 모니터 밖 세상의 물건을 만드는 일엔 일자무식입니다. 하지만 결국 개발자의 핵심은 코딩이 아니라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그 불편함이 안타깝게도 화면 밖에 있었던 것이죠..
차라리 새로운 언어면 써보면서 배우기라도 할 텐데 피우치를 제작하는 전 공정에 대한 것들은 발품을 팔며 몸으로 체득해서 배워야 하는 것들 같더라고요. 팔자 좋게 모니터에서 앉아있으며 비축한 체력을 쓸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화장실에서도 우아할 수 있는 위생용품 파우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벌써 생리 18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파우치를 찾지 못했거든요. 학생 땐 생리대파우치!!!!!라고 외치는 것 같은 파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숨기듯 가지고 다녔고, 대학생 땐 술집의 비위생적인 화장실에서 파우치를 어디 두기 찝찝해 입에 물고 처리를 했고, 직장인이 돼서도 여전히 이런 부분을 해결해 주는 파우치가 없어 커다란 화장품 파우치에 이고 지고 다녔습니다. 이쯤 되니 앞으로 18년 또 넘게 생리를 하고 살 텐데 그냥 내가 만들어보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굴 위해서가 아닌, 앞으로의 제 생리 인생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요.
1. 생리대 파우치요! 를 외치지 않는 모던한 디자인
2. 처리를 할 때 몸에 휴대하기 편한 디자인
3. 오염물질이 묻어도 닦아낼 수 있는 원단
4. 컴팩트한 사이즈
이 네 가지를 충족시키는 파우치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1. chatgpt
여기선 십분 개발자의 장점을 활용했습니다. chatgpt를 통해 제품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목업 디자인을 빠르게 뽑았습니다. 단순 도면뿐만 아니라, 제품을 실사화했을 때 사진까지 꽤 괜찮은 성능으로 뽑아주기 때문에 공장과 미팅을 할 때도 해당 이미지를 출력해 갔습니다. 공장과 미팅을 할 때 질문해야 하는 예상 질문 리스트지도 뽑아 공장에 가기 전 한 번 읽고 갔습니다. 혹시 저처럼 아예 관련 지식이 없으시다면 gpt 많이 활용해 보세요.
2. 네이버 카페
의류 제작, 파우치 제작을 검색하면 네이버 카페들이 많이 나옵니다. 단순히 가입만 하지 마시고 등업신청하시면 공장들에서 알아서 컨택이 옵니다. 해당 공장들의 게시물을 살펴보고 위치를 살펴보신 후 빠르게 미팅을 잡아보세요.
인치가 몇 cm인지도 모르는 제가 정말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직장을 다니면서 과연 원하는 원단을 얻을 수 있을지 아직 걱정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이성의 스위치를 끄고 발끝만 보고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디로든 가긴 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임해보려 합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