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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 Oct 09. 2021

임신 15주 차 이야기 -
이미 딸 바보 예약

아빠의 출산일기

'부륽!?'

어라?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아내는 한참을 TV를 보며 웃고 떠들다 혼자 방귀를 뀌었다. 아내는 익살맞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아기가 뀐 거야." 아기는 아내의 최대 무기가 되었다. 사실 방귀는 내가 먼저 시작했다. 아내는 10시 정도면 안방에 먼저 들어가 잠이 든다. 그럼 그때부턴 내 시간이 된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거나 유튜브를 본다. 그때 혼자의 시간을 보내면서 편하게 방귀를 뀌는데, 어지간히도 소리가 컸나 보다. 아내는 듣고 있다가 아침에 감상평을 해준다. 그래도 신혼이라 서로 조심하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귀여운 실수가 나오고 있다. 편해지면 가족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신혼 4개월이 채 안돼서 진짜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 달 만에 병원 진찰을 갔다. 오늘은 고대하던 성별이 나오는 날이다. 우리는 그동안 딸을 원하고 있었다. 딸을 원한 특별한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딸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태몽도 "검은 고양이 꿈"을 꿔서 딸을 가지고 싶은 기대감이 더 큰 상태였다. 그런데 아내는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게 아들일 거라고 예상했다. 배가 앞으로만 불러와서 뒤에서 볼 때, 임신 구분이 잘 안 가면 딸이란다. 그런데 아내는 옆구리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배가 커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을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건 살이 좀 찐 거라 그런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뭐가 보여야 하는데 안 보이네요? 애기가 엄마를 닮았어요 그쵸?" 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딸랑구"였다.  숨이 턱 막혔다. 아기 가진 것을 처음 알았을 때의 감정과 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감정이 거의 비슷했다. '아들이면 조금은 실망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딸을 얻은 기쁨이 생각보다 컸다. 아내의 예상에 기대감이 조금은 꺾였던 탓 인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벌써부터 딸 자랑을 해댔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난 딸 바보 예약이다.


성별이 정해지니 벌써부터 어떤 이름을 지을까 고민했다. 아이가 출산하게 되면 생각보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정작 중요한 이름을 급하게 짓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천천히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작명소에 맡겨서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아이 이름은 우리가 지어주고 싶었다. 어려운 한자 이름보다는 순한글로 된 이름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으로 좋은 이름을 모으기로 했다. 


우리는 너무 특이하거나 어떤 것을 쉽게 연상시키는 이름들은 피하기로 했다. 자라면서 놀림감이 되는 게 뻔하기 때문이다. 별 것도 아닌 걸로 놀림받고 우는 딸랑구를 보면서 후회할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또 부르기에 쉬워야 한다. 내 성은 황 씨이고 이름도 조금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지금도 통성명을 할 때나 연락처를 알려줄 때 두세 번씩 이름을 확인시켜 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편함을 겪었던 터라 이름 짓기 만큼은 진심을 다하고 있다. 고민 끝에 "다솜, 슬아, 윤슬" 이 괜찮을 것 같아 따로 저장을 해 두었다. 앞으로 틈날 때마다 생각해 둔 이름을 각자 리스트업하고 나중에 결정을 하기로 했다. 


아기의 성별이 정해지고 나니 예쁜 옷을 입고 버둥거리는 아가의 몸짓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내가 상상하는 예쁜 아기의 모습 그대로 잘 자라기 위해선 그만큼 부모의 돌봄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지금의 다짐은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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