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산일기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아내가 누워서 맞이해준다. 거실에 마련해 준 아내의 이부자리 주변에는 여러 가지 물건도 쌓여있다. 누워서 생활한 지 벌써 일주일이니 이제 거실 생활에 적응을 다 마친 모양이다. 아내 입장에선 하루 종일 집에 누워만 있어 지루하겠지만 나로선 안심이다. 코로나 19가 발생한 지 벌서 2년이 넘어 익숙해졌다지만 난 아직도 불안하다. 동선이라도 겹칠까 두려움에 떠느니 집콕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런 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어 다행이다.
아내가 누워서 생활하니 나로선 챙겨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퇴근 후 아내의 저녁 준비와 아내가 필요한 영양제, 심부름을 해야 한다. 처음 임신을 하고 입덧을 할 때와 비슷한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평소와는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아무래도 힘이 조금 부칠 때가 있다. 그래도 마음속으로 불안해하고 있을 아내보다는 덜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임신 중 느끼게 되는 불안감, 육체적인 피로도는 겪지 않으면 알 수가 없으니까.
아내는 정말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누워있다. 서 있거나 노동을 하게 되면 아기가 밑으로 더욱 내려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지면 입원을 해야 한다.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병원에서 맞이해야 하는 상황은 아내와 나도 맞이하고 싶지 않다. 처방받은 대로 잘 눕고 약을 제때 먹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새해 소원은 이미 정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