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사람인지 참 오랫동안 깨닫지 못하고 살았었나보다. 젊었을 때는 열정으로 다른 것들을 보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자식을 키우는 것에,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에 모든 기운을 쏟았다. 50이 넘는 어느 순간, 나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지금부터 50대가 된 나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첫 번째는 사람 관계다. 나는 친구들과 많이 연락하거나, 함께 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나보다. 이제는 간간히 연락만 하는 사이지, 특별하게 자주 만나거나 함께 여행을 하거나 그런 것도 드물어졌다. 물론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마음에 맞는 몇 명의 동료들, 그리고 집 근처 마을 사람들 정도다. 쉽게 곁을 허락하지도 않고, 남의 일에 많이 관심을 가지지도 않는다.
아이가 둘 정도면 아이 친구의 엄마들과도 친해졌을 법 한데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없다. 예전에 아이가 어렸을 때는 같이 책 모임을 하거나 그런 친구 엄마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 뜨문뜨문 흩어졌다. 지금 나는 누구와 함께 하는 걸까?
두 번째, 가장 중요한 50대 결정적인 문제는 기억력이다. 나는 얼마전부터 경도인지장애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지금 53세니까 사실 50대 중반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초반이 맞는데 내 기억력은 거의 60대 이상을 달리고 있다. 최근 있었던 일 중 하나는 내가 지난 번 토론 모임 전에 영화를 하나 대여를 했고, 절반 이상을 2주 전에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목요일, 토론 모임 시작 전에 오늘 토론이 있으니 영화를 봐야 겠다고 생각하고 영화 대여를 신청하고 보니, 2주 전 대여 목록에 같은 영화가 있는거다. 맞다. 나는 2주 전에 영화를 대여 했었다는 것도, 그걸 심지어 반 이상 보았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문제는 영화를 다시 보는데 영화 내용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거다.
어떤 사람은, 잊어버릴 수도 있지 이렇게 이야기 하겠지만 그건 좀 지나치다. 적어도 영화를 예매했었다는 정도는 기억 했어야 하고, 영화를 볼 때, 이전에 봤으니까 거의 절반 이상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마치 처음 보는 영화처럼 보는 건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영화를 대여한 것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 이건 심각하다. 오래전도 아니고 바로 2주 전에 말이다.
이런 일이 직장에서도 있었다. 내가 기획한 행사가 있는 날, 다른 사람이 행사를 넣었는데,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말했어야 맞다. 하지만 나는 내 행사 날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고, 리스트를 만들다가 발견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 왜 미리 말 안했느냐고. 그 때서야 내 달력을 보니, 내가 주최하는 행사가 기획되어 있었다. 미안하다고 할만한 수준으로 이번에는 끝났지만, 양 쪽 모두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면 정말 곤란할 뻔 했다. 이런 당연한 기억력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검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거다.
이런 것이 치매 초기 증상인가보다. 어떤 사람은 그 정도는 50대에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한다. 열심히 기록하라고. 맞다. 열심히 기록을 한다. 하지만 기록한 것을 주의깊게 봐도 머리 속에 남아있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이야기 해야 하는 순간에 말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메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지하지 않으면 일 할 수 없고, 어쩌면 빨리 직장을 마무리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50대의 문제는 한도 없이 쌓여 있다. 오늘은 이렇게 크게 사람 관계의 변화와, 인지능력의 문제까지만 이야기 하련다. 같은 50대를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면 좋겠다. 나처럼 고민하고 있다면 이야기를 나누면 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