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를 읽고)
책 제목을 보면서 모기가 우리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던가? 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여름이 되면 방충망을 치고, 모기 잡는 스프레이를 열심히 뿌려대는 것을 생각하면 모기가 이로운 점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일단 생각을 바꾸기 시작하면 이 유토피아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오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는 더 이상 모기가 “인간이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라고 묻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말하는 이런 유토피아 같은 세상은 프리피야트라고 하는 우크라이나의 작은 자치시 같은 곳이다. 갑자기 인구가 줄어들면서 텅 빈 도시가 된 이 곳은 동식물로 조금씩 정복당하며 유럽 최대 ‘생태 복원’ 프로젝트 지역이 되었다고 한다. 늑대, 살쾡이, 곰, 들소 같은 동물 뿐 아니라 희귀종들까지 모여들었다. 신기한 것은 이 도시가 바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4km 떨어진 곳이라고 한다. 방사능에 노출된 것보다, 인간이 없는 것이 더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된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 자폭하면 아마도 지구는 원상복귀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지 않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밖에 없다.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 정신을 차려서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를 보호하며 살안간다면 2100년의 세상은 훨씬 나을 거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생물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종개념에 대한 것은 우리가 생물 시간에 배웠던 것과 많이 달랐다. 맞다. 어떻게 자연에 있는 그 많은 생물을 인간이 제대로 분류해 낼 수 있겠는가? 생물학적으로 종을 분류할 것인지, 형태학적으로 종을 분류할 것인지도 인간들은 정확히 알 수 없다. 현재는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는 통합분류법이라는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인간이 동물을 분류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더 급한 문제는 종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인간으로 인해서든, 지구의 환경에 의해서든 말이다.
다양한 동물들이 멸종되고, 그로 인해 지구가 위기에 처한 것을 책 속에서는 다양한 과학적 데이터로 접근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놀라웠던 항목은 바로 모든 곤충류의 40%나 멸종 위기에 처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구의 위기는 “그리하여 언젠가는 터질 것이다-티핑 포인트”로 설명할 수 있다.
생물 다양성은 급격한 변화에 완강히 저항하지만, 때로는 멸종하는 종이 한 종만 더 추가되어도 생태계가 순식간에 극적으로 무너지기도 한다. 이럴 때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고 말한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티핑포인트가 우리 세대에는 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많은 동물들을 없애고,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이 급격하게 감소하는데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늘 중심에 서고 싶어 한다. 개인으로서는 아니더라도 지구 행성의 한 종으로서는 분명히 그렇다. 하지만 “어디든 자리만 있으면 내가 간다”라는 자세는 이제 절대 좋은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도 지구라는 자연 네트워크에 의존하며 살 수 밖에 없기 떄문이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더 충격적이었다.
100칼로리의 식물로 단지 40칼로리의 우유, 혹은 22칼로리의 달걀, 혹은 12칼로리의 닭, 혹은 10칼로리의 돼지고기, 혹은 3칼로리의 소고기만을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우리가 동물성 음식을 삼가고 식물성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쪽으로, 혹은 곤충들을 더 많이 섭취하는 쪽으로라도 식습관을 바꾼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고, 그럼 경작지도 덜 필요할 것이며, 곧 생물 다양성도 좋아질 것이라는 뜻이다.
당장 우리 가족만 해도 고기를 내놓지 않으면 젓가락을 휘적이며, 먹을 게 없다고 투정을 하지 않는가? 매 끼니, 우리가 먹는 고기만 생각해도 책에서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식생활은 사실 간단하고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산다. 고기와 유제품은 덜 먹는다. 냉동식품을 쟁여 놓기보다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로 요리한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사서 먹고 버리지 않는다.
음식 뿐이 아니다. 생물 다양성과 건강, 안전, 도시, 여행, 에너지, 기술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인간에게는 생태계라는 종합돌봄서비스가 반드시, 아니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지구가 버틸 수 있을까?
2100년에 지구에게, 동식물들에게 “인간이 우리한테 해 준 게 뭔데?”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정말 조금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너희들을 살리려고 노력했잖아.”이렇게 말할 수는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