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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사탕 Dec 14. 2023

인공와우 수술 2편


1. 분당서울대병원에서의 인공와우 수술 과정


원래 계속 치료하던 귀전문병원 역시 믿을만한 곳이고, 어쩌면 더 편하게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만, 병원의 차이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만들어서 이번에는 큰 돈이 들어가는 수술이기도 하니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다행히 딱 내가 진료를 하던 시점에 분당서울대병원 최병윤 교수님 진료가 쉽게 예약이 되었고, 진료 후 교수님은 너무 분명하게 와우수술 가능하다고 바로 하자고 하셨다. 한달 뒤로 수술 예약을 잡고 마음은 이리저리 걱정이 쌓여갔다. 병가가 길게 남지 않았을 때 수술을 해야 하고, 보름 정도 쉬고 출근을 해야하는 것도 걸렸다. 어쨌든 수술을 결심하고 2023년 11월 마지막주에 입원을 했다. 



2. 인공와우 수술을 위한 검사 및 수술까지 1주일 


11월 마지막 주 일요일 저녁 늦게 병실이 나서 입원을 한 후 여러 가지 검사들이 하나씩 기다렸다. 그렇게 일, 월, 화요일까지 시티와 MRI, 기타 다양한 검사를 마치니 수요일은 거의 대기를 했다가 목요일 점심에 수술을 하게 되었다. 2번째 수술이었는데, 맨 앞 수술이 거의 4시간이 넘는 수술이라고 나는 12시가 넘어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에서 “진통제 주사를 맞습니다.”는 말 한마디만 들었는데, 깨어나니 수술이 끝나 있었고, 남편을 불러서 병실로 올라갔다. 수술 후 병실까지 가는 데 약 3시간 정도 걸렸나보다. 많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먹먹하고 정신없는 시간을 지나고 보니 저녁이 되어버렸다. 하루 종일 금식이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수술 부위에 그냥 흉터가 있는 정도였고, 교수님은 수술이 잘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정말 내 귀가 회복이 된거다. 아직 들리지는 않았지만... 만 8년동안 들리지 않았던 내 왼쪽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특히 나는 거의 청력이 바닥 100db이어서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런 내 귀가 20db까지 과연 올라갈 수 있을까? 인공와우는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걸까?



3. 수술 후 인공와우 연습하기


전날까지 인공와우 안내를 충분히 해주지 않아서 그게 좀 아쉬웠다. 미리 카페나 인터넷에서 많이 알아오지 않았다면 굉장히 당황했을 것 같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코클리어 제품만 2종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귀에 거는 N8, 하나는 그냥 붙이기만 하는 칸소2 이렇게 두 종류다. 보청기를 써보니, 안경을 끼는 나는 귀에 거는 게 생각보다 불편했다. 그래서 고민하다 간호사에게도 물어보고, 처음 상담을 왔던 사람에게도 물어봤지만, 대여를 해서 써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정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국 나는 코클리어회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고, 자세히 물어봤다. 그랬더니 우리 병원으로 나오는 담당자와 연결해주어서 결국 수술날 아침에야 1달씩 N7 먼저, 그 다음에는 칸소 2 대여를 해보고 최종 쓸 제품을 결정하기로 했다. 자그마치 2천만원이 넘는 와우의 가격은 역시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수술할 부위 머리를 민 곳                             술하고 압박붕대 해 놓은 모습













N7(연습용) 과 N8(앞으로 쓸 것)








                                                   칸소2(귀걸이가 없는 일체형)



다음날 아침, 맵핑을 하기 위해 갔었다. 귀 안쪽에 수술로 짝꿍인 임플란트를 넣어둔 곳에 바깥에 붙이는 어음처리기를 붙여주는 거다. 신기하게도 처음에는 삑삑 소리만 몇 번 들리더니 오후에 침대에서 계속 연습을 하니 단어가 들렸다. 물론 귀신소리처럼 삑삑거리고, 기계음을 엄청 빠르게 한 것 같은 이상한 소리였지만 무슨 단어인지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 내내 연습을 했더니 문장도 들렸다. 


저녁 회진때 말씀 드렸지만 선생님은 “벌써 들린다구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별로 믿지 않으셨다. 뭐가 잘못된 건가 싶었지만 그 이상 확 나아지는 건 아니었고, 계속 그 정도로 문장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글이 없는 문장만 들으면 정확히 들리지는 않아서 조금 정확하게 읽어주는 책은 알겠는데, 뉴스처럼 빠르게 나오는 말은 다 이해되지 않았다.


4. 퇴원하는 날 


마지막 퇴원하는 날에는 귀 옆에 붙어있는 싧바 등 뭐가 문제인지 잘 이야기해주지 않은 수술 자국들이 남았는데, 다 여기서는 할 수 없다고 일주일 있다가 가까운 병원에서 뽑으라고 안내해줬다. 온갖 서류들을 받아서 퇴원을 했다. 남편은 밤근무를 선 탓에 그 긴 시간 운전해서 오라고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언니네 집이 근처라서 형부가 와서 나를 성남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셨다. 거기서 정안휴게소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남편이 데리러 와서 집으로 왔다. 


병원에서는 내내 힘들지 않았는데, 퇴원하는 날이 되니 정말 힘에 부쳤다. 쓰러질 것 같았고, 밥도 먹기가 힘이 들었다. 말하는 것도 더 부정확해졌고... 다른 사람들보다 상태가 안좋다고 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마지막은 50대의 힘이 바닥을 치는 것 같았다.


안내해준 대로 다음 맵핑 전까지 계속 프로그램을 연습한다. 두루책방이라고 준 인터넷 책 읽어주는 것을 듣는 것은 금방 4단계까지 무리없이 들을 수 있었다. 1달간은 4단계까지만 들으라고 했는데, 다른 인터넷 강연이나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하면 될 것 같다.



5. 인공와우의 힘


어제는 남편과 집 근처 서천조류생태관에서 영화 수라를 상영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내내 보고 싶었는데 볼 영화관을 못찾아서 놓쳤었는데, 집 근처까지 온다니 마음을 잡고 갔다. 2시간 가까운 동안 처음에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걱정이 되어서 아예 인공와우를 끄고 오른쪽 귀로만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더 잘 안들리는 것 같아서 인공와우를 켰더니 훨씬 더 알아듣기가 쉬웠다. 양쪽 귀가 들린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맞다. 나는 이제 양쪽 귀가 모두 들린다. 둘 다 정상은 아니고, 하나는 인공와우이며, 한쪽은 40db 정도로 잘 안들리는 청각장애이지만 그래도 두 쪽으로 들을 수 있다. 무언가 우리 몸이 할 수 없는 것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아픈 나는 늘 그런 곳들이 많지만, 특히 이렇게 말하고 듣고 씹고 먹는 것이 힘든 얼굴 부분의 장애는 생각보다 지치게 한다. 그 중에서 나는 이제 듣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어디인가! 


앞으로도 꾸준히 인공와우 카페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처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도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누군가의 도움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참 많이도 느끼게 하는 인공와우 수술 경험이었다. 이제, 들을 수 있게 된 내 왼쪽귀! 고생했했다. 네가 참 소중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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