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대표님 뒷담화
'아디주 커뮤니티'는 올해 생겨난 비영리단체다. 자립준비청년의 주체적 자립을 도모하기 위해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학교 선배와 함께 만들었다. 제일 높은 직급은 대표, 제일 낮은 직급은 부대표. 조직의 말단이 부대표인 아이러니와 동시에 그 자리를 내가 맡고 있다.
비영리단체 운영은 대개 고민하고 의논하고 결정하는 일의 연속이다. 이번 분기에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어떤 표현으로 단체를 소개할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다양한 제의를 받아들일지 말지...
모로가도 서울만 가서 수익을 내면 되는 영리사업과 달리 비영리 사업은 고려할 사항이 많고 때론 정답이 없기에 대표님과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선배는 열린 마음으로 나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진솔한 의견을 제시해 준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표현한 뒤 나를 차분히 설득하다 보니 정신차려 보면 설득당하기 일수다.
대표님 뒷담화나 실컷 해봐야지 하고 브런치를 켰는데 훈훈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군.
최근 다른 비영리 스타트업 부대표님과 식사를 함께했다. 부대표끼리 통하는 게 많았다. 가장 큰 공감을 얻은 부분은 둘 다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무장한 대표님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표가 리더로서 방향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부대표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세세한 일을 처리한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더 중한 역할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의 고충을 말하다보니 위로를 얻는 시간이었다.
지난주에 대표님께 카톡이 왔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난데없이 사랑 고백을 하는 것을 보니 (형이다.) 살짝 취했나보다 싶었다. 나중에 자초지종을 물으니 다른 대표님들과 술자리를 가지다 문득 내게 너무 고마웠고 내가 떠나갈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헛소리는 그쯤하고 밀린 일이나 하자며 넘어갔지만, 기분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