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페이스를 곁들인
올해 초 회사에 취업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떨림과 설렘으로 뭐든지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한 나에게 아버지가 해주신 조언이 있다.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사회생활이 적어도 40년은 남았으니 이를 전력질주가 아닌 마라톤처럼 대하야한다." 아버지의 조언엔 아들이 자신을 돌보지 못할까 하는 염려도 있었겠지만, 자신이 경험한 사회생활을 모두 함축해 내린 결론이었다.
아버지의 조언에 동의하면서도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환경 속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탓에 "지금은 전력질주를 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사회 초년생으로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다 보면 마치 100m 달리기를 하듯 숨이 차기도 하는데 말이다.
42.195km라는 먼 거리를 달리기 위해선 의욕이 넘친다고 전력질주로 체력을 전부 소모해선 안된다. 다시 말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기초체력이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마라톤이라고 하신 이유에는 쉬지 않고 달려야 하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기초체력을 잘 가꾸라는 의미가 담겨있지 않았나 싶다. 육체적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는 운동, 업무를 하면서 얻는 숙련도, 스트레스 관리, 컨디션 조절 등 여러 의미의 기초체력이 있다.
사회생활이 마라톤인 두 번째 이유는 사회생활도 마라톤처럼 페이스를 높였다 낮췄다 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인원이 감축되거나 일이 몰려 바빠지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면, 지금은 빠른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지금은 숨이 차더라도 바쁜 시기가 지나가면 상대적으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일을 시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분야와 회사를 막론하고 사회생활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내 친구들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도 오늘 한국사회를 살아가며 마주한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마라톤을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옆에 있기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