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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오도라 Sep 07. 2022

콰이어트 퀴팅: 퇴직 아닌 퇴직하기

받는 것보다 더 일한다고 무슨 이득이 있는가

요즘 미국의 직장인들 사이에선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이 유행이다. '조용히 그만둔다' 또는 '열심히 일하는 것을 그만둔다'라고 번역되는 이 신조어는 직무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업무만 보면서 자신이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뜻으로, 일 자체를 안 하거나 퇴사하는 것은 아니다. 콰이어트 퀴터들은 그저 자신이 잘리지 않을 정도만 일한다.


사람들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지쳐있다.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재택근무는 많은 이들이 일하는 평균 시간을 늘려놨다. 근무시간과 개인 시간의 선이 불투명해지면서 재택근무로 회사원들은 재택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을 새로 익혀야 했을 뿐만이 아니라,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도 기업을 위해 개인 시간까지 투자하기를 택했다.


하지만 그 시간과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것은 많이 없었다. 많은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직원들에게 승진이나 임금 인상 등으로 보상하는 경우는 잦았다. 그리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 상승은 임금 인상으로 보상받지 못한 개개인에게 더욱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오랫동안 이런 현상과 과정을 겪은 직장인들은 깨닫게 된다. 자신이 아무리 필사적으로 일해도, 급여가 오르지 않을 것이고,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 자신은 언제든지 잘릴지 모른다는 것을.


미국의 2021년 '대퇴사 시대(The Great Resignation)'가 찾아왔던 이유 또한 비슷했다. 사상 최고 퇴직자 수치를 기록한 이 시기에는 팬데믹 기간의 직원 대우에 대한 불만, 낮은 급여, 또는 워라밸 등의 이유로 매달 약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또한 실업수당과 '스티뮬러스 체크'와 같은 코로나 지원금 때문에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소득보다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며, 일에 대한 필요성과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 또한 점점 사라졌다.


팬데믹 기간에 대부분의 커리어를 쌓아왔던 나는 대퇴사 시대와 콰이어트 퀴팅 시대를 직접 겪으며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내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시작할 생각에 한창 들떠있을 때쯤, 코로나가 터지고 락다운이 시작됐다. 내가 상상했던 나의 사회 초년생 시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신입사원 환영회는 당연히 비대면으로 카메라 뒤에서 이뤄졌고, 의미 없는 '버츄얼 해피아워'들에 참석하며 이름도 얼굴도 기억 못 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에게는 직장 상사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면서 배울 기회도,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떨면서 친해질 계기도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고,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기업에 가졌을 것 같은 내 사회적 자리에 대한 '책임감' 또한 사라졌다. 게다가 매일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과 개인 생활의 경계선이 흐려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평균 근무 시간은 갈 수록 길어져만 갔다.


팬대믹은 일에 대한 신념을 바꾸며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선물해 주었다. 재택근무로 인해 탄생한 '워크 애니웨어(work anywhere)'모델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아볼 가능성을 열어줬고, 그들은 새로운 도시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으며 자신이 삶에서 중시하는 가치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비대면 근무를 통해 얻은 자투리 시간은 다양한 부업을 시작하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N 잡러들이 성공하는 긱이코노미 시대의 시작 또한 콰이어트 퀴팅 유행의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팬데믹은 사람들의 건강, 정신 건강, 그리고 관계의 취약성을 깊이 인식하게 한 사건이었다." -컨설팅 회사 가트너의 부사장 애런 맥키완(Aaron McEwan)


콰이어트 퀴팅은 지난 3년간 누적된 사람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교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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