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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절 받기

생일선물

by 송영희



생일날인데도 남편은 꽃 한 송이 없다.

딸이 늦는다고 케이크 하나 사 오라고 하니

마지못해 사가지고 왔다.

아마 딸이 말하지 않으면 맨손으로

왔을 것이다.

30년을 넘게 이렇게 살다 보니 마음이 허했다.

생일 이틀 전 동네 보석방에 갔는데

마음에 쏙 드는 목걸이가 있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한 번도

남편에게 생일선물을 받아보지

못한 나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동네 보석가게 사장님은

내가 어디 사는지 아는 터라

사장님과 짜고서 견적서를

남편 회사로 보냈다.

남편은 견적서가 들어 있는

편지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고

나에게 전화를 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니

취소시키란다.

어쩌지 어제 당신이 아는

주변 엄마들하고 밥 먹으면서

생일 선물로 목걸이 받았다고

이야기했는데 엄마들이

그런 사람하고 살고 싶다고

당신 엄청 칭찬하더라

"가격이 너무 부담되면 다시 갖다 줄게."

단호하게 말했다.

남편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됐어. 내가 돈 보낼 테니 그냥 해."

전화를 끊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엎드려 절 받기라고 했는데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승자의 쾌감이랄까?

몇 년치 선물을 한꺼번에 받는 마음이었다.

저녁에 퇴근하는 남편 시간에 맞추어

앞집 엄마는 엘리베이터 앞을

서성이고 있다가

남편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지금 퇴근하세요?

"언니, 목걸이 해주셨다면서요."

"넘. 멋지세요. 말없이 그 비싼 것을 해주시고."

나보다 5살 적은 앞집엄마는

내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남편은 띄웠다.

상기된 얼굴로 현관에 들어선 남편은

나의 목을 쳐다본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남편

"내가 목걸이 해줬다고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마."

"알았어. 그냥 내가 샀다고 할게."

주변 엄마들에게 남편이

목걸이 사줬다 은 거짓이었고

내가 도움을 청한 사람은 앞집엄마뿐이었다.

남편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야 꼼작 없이 돈을 지불할 것 같았다.

나의 생각이 적중했고

나는 지금도 이렇게 취한 목걸이를

많이 좋아한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남편에게 선물 받기는 힘들다.

이젠 목걸이는 취했으니

다음에는 때깔 나는 시계를 겨냥해 볼까?

마음의 도둑이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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