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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Aug 20. 2024

엄마가 짜준 스웨터

여섯 살 아이


흑백사진 속에는

떠나간 것들이 다 들어와 숨어있다

짓눌린 그리움으로 사진첩을 들춰보면

엄마가 짜준 스웨터를 입고

여섯 살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가난의 속울음 속에

생계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호롱불 밑에서 작아진 스웨터를 풀어

주전자에 뜨거운 김을 쏘이면

새실이 되어 나왔다


갸우뚱한 물음표를 던지자

밤이 늦었다. 어여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의 모습은

늘 창백한 새벽과 닮아 있었고

사나흘이면 뚝딱 만들어지는

스웨터 속에는

괘종소리의 울림과

엄마의 관절 소리가

잘게 부서져 들어있었다


더 이상 만질 수 없는 엄마의 시간 속에

스웨터 입은 여섯 살 아이의 사진을

부엌에 걸어두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호명하는

엄마의 소리가 들려

나는 그때마다 대답을 해 주었다

엄마는

고흐의 해바라기그림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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