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실행
신고
라이킷
32
댓글
15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송영희
Aug 08. 2024
죽음의 값 오만 원
죽은 강아지
둘은 긴 끈이었다.
능소화 꽃잎이 결 고운 음률 되어
번지는 오후
트럭에 부딪쳐
시간 밖으로 나 앉은 새끼
뒷산에 묻던 날
어미를 장독대 호두나무에 묶어두었다
구덩이를 파고 죽은 새끼를 눕히고
흙을 두 삽 떠서 덮었을 때
언제 왔는지 벌거진 눈으로
어미는 사력을 다해 흙더미를 헤치며
차디찬 새끼를
비벼댔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말도
헤어져야 한다는 말도
이해하지 못한 채
새끼의 몸 위에 누웠서 눈물을 흘린다
흙이 갈피를 못 잡고 예민해져 있을 때
산 그림자
다가와 조용히
조문
을 하고 간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는
아픔이 출렁거려
할 말을 잃고
어미의 울음은 고통을 풀어놓은 채
산허리를 끌어안고 있다
푼돈처럼
지나가는 강아지의
죽음 앞에
오
만 원이
죽음의 값으로 매겨지고
슬픔의 응어리가
메아리 되어
산골짜기로
울
려 퍼지자
산비둘기도 울고 산도
따라
울었다
keyword
새끼
오만
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