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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11. 2024

역마살이 있는 두 여자

여행의 종착역


딸과 나는 철없이

늘 여행이 삶의 목표였다.

한 곳을 갔다 오면 또  다른 곳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러다 집에 반려견 깜복이가

오고 나서 여행의 횟수가 줄었다.

아니 횟수가 줄은 게 아니라

긴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작년에도 여행날짜를 잡아 놓고

깜복이 봐줄 시설을 찾아보니

집 주위에 3군데가 있었다

3군데를 상세히 살펴보고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한 곳에 맡겼다.

그리고는 멀지 않은

동남아 쪽 여행을 4박 5일

갔다.

하루에 두 번씩 노는 모습과

식사하는 모습을 톡으로 올려주는

깜복이의 모습에 타국에서도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깜복이가 3일째

변을 누지 않았다고

문자가 들어왔다.

하루에 한두 번은 매일 변을

보았는데 그때부터 걱정이 되었다.

우리 개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의 개가 있기에

부탁하기도 힘들었으나

염치없이

길게 산책 좀 시켜달라는 부탁을 했다.

산책을 아침저녁 두 차례씩 했는데도

변을 누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딸아이가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본 결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해서 변을 보지 않는단다.

4일째 되자

남편은 나라도 남아서 깜복이와

같이 있어야 했다면서

뒤늦은 후회를 했다.

우리는 5일째 되는 날

공항에서 내려서

곧장 깜복이가 맡겨진 시설로 향했다.

우리 본 깜복이는

10분이 넘도록 우리를 번갈아

올라타며 하울링을 했다.

수척한 모습에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어디에 갔다가 이제 왔냐는 표현 같았다.

집에 와 깜복이가 잘 다니는 공원길로

산책을 나섰다.

한 시간을 넘게 걸었는 때

그렇게도 바라던 변이 방울방울

염소 똥처럼 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변에게

고개를 숙이고

허공에 대고 감사합니다를

연거푸 해댔다.

이제 다시는 너를 두고 여행 가는 일은

없을 거야!

두 여자의 역마살은 여기서 막을 내리며

여행을 가고 싶으면 집 가까운 쪽으로

호캉스를 간다.

깜복이로 인해 역마살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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