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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Sep 21. 2024

졸혼

글의 힘

(친구에게 받은 옷)


며칠 전 친구가 추석 명절 잘 지내라고

과일상자를 놓고 갔다

친구는 몇 해 전 졸혼을 할 뻔했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지인의 말에 남편 몰래

퇴직금 일부를 빌려주었다.

그러나

지인의 사업 실패로 돈을 받지 못하자

남편도 알게 되고 서로 심한 다툼 끝에

갈라서자는 결론을 내리고

우선 떨어져 살기로 합의했다.

친구는 시골에 있는 언니 집으로

가기 위해 물건을 쌓아 놓고

짐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수필집

내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는 책이

눈에 띄어 펼쳐보다가

왜 몰랐을까?

시 한 편을 읽고 가슴이 울컥해서

남편에게 진심을 모아 뉘우침의

편지글을 써 놓고 언니의 집으로 향했다.

편지의 내용은 당신이 힘들었음을

왜 몰랐을까?

내가 이제껏 당신 덕에 잘살았음에

감사드린다는 글과 내가 없어도

식사 잘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한다는

기도의 글이었다.

언니 집으로 떠나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싫어 남편은 형내 집에서

이틀을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와

아내의 편지를 읽고 눈물을 훔친다.

그러고는 이내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자기도 잘못한 것이 많다며

서로는 화해를 했다.

집으로 돌아온 친구에게 남편이 묻는다.

"편지도 잘 쓰지 않는 사람이

편지를 그리 잘 써 놨노."

그때서야 친구는 남편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그 책을 내밀면서

내 시를 읽어 주었단다.

며칠 후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책을 쓴 친구랑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남편이 카드를 주었단다.

나는 그렇게 얻어먹은 밥이 많아서

살이 쪘다고 사양했다.

며 칠 후 친구는 우리 집에서 가까운

롯데백화점에 와 있다고 나를

불러냈다.

오랜만에 만나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서너 시간을 보냈다.

헤어질 무렵 친구는 나에게

쇼핑백을 건넨다.

뭐냐고 물으니 너에게 어울릴 것 같아

하나 샀다면서 졸혼하지 않은 것이

다 너 때문이라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친구와 헤어져 집으로 오는 내내

그 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냥 쉽게 쓴 글인데

친구는 그 글이  마음을 움직여서

남편에게 편지를 쓰고  편지로

하여금 졸혼을 멈출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니

나 또한 마음이 흡족했다.

나는 내심 글의 힘이 이런데 있구나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자존감이랄까?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 앞으로도 좋은 글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된 글을 써야지

생각하자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도 발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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