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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Oct 26. 2024

어쩌다

우리는 식구다


어쩌다

사무실 1001호와

오피스텔 2002호

같이 산다



사무실 1001호는

휴일이어도 안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루종일 유튜브로 목덜미가 위어가고

책상에 빵조각은

그의 얼굴과 닮아 있었다




오피스톌 2002호와 나는

집 밖에서 동침을 하며

붕어빵에 와인을 마시고

때때로 킹크랩으로

여유를 부리지만 다툴 때가 많았다



내 옆에 둥지를 틀고

둥지 밖으로 가지 않으려는

2002호와  나는 

냉전 중이다




노을 진 서쪽하늘을 붙잡고

멈추지 않은 의문으로

속울음이 터져 나올 때도  있었지만

슬픔을 호주머니에 넣어 두기로

마음먹었다



1001호는 눈만 마주치면

낡은 시계처럼 . 밥. 밥

생각 밖에 있는  두 사람

생각 안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오랫동안 지쳐 있었다



출렁이는 마음

나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ㅡ 시작노트 ㅡ

남편의 사무실은

1001호

40 이 다된 딸이 결혼하지 않았는데

임자를 못 만나서 그런다며

자기 일에만 신경 쓰는 남자



딸에게 결혼하지 않을 거면

집에서

나가라고 하자 오피스톌을 샀다

2002호

23평인데도 실평수는 10평 남짓

거기에 살기에는 너무 작다고

나에게 붙어 산다

그리고 때때로 여행과 호캉스를 한다.

나는 그냥 끌려가다시피 한다

고마울 것도 없고 기쁘지도 않다

나이가 들었으면 결혼을 해야지

날마다 밖으로 싸돌면 뭐 하나

한심하고 속상하다.

이 글을

쓰고 나니 마음에 붙어 있던

껌딱지 몇 개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글에서 안위를 느끼며~~~


ㅠ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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