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Dec 04. 2024

밤의 탈선

노숙자가 되어버린 하룻밤



함께 품었던 안락함은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사춘기의 여파는

문을 닫아도 비가 들이쳤다

더 이상 젖기 싫어 잠을 놓치고

울음을 삼킨 채 집을 나왔다


자정이 넘었는데 내편은 오지 않고

겨울의 냉기는 귀까지 시렸다

검정 외투로 온몸을 감싸고

공원 벤치에 나를 놓아 버렸다


인적 드문 공원길

나뭇잎이 속살거리는데

멀리서 다가오는 한 사내

내 곁에 천 원을 놓고 간다


꾹꾹 누른 감정뒤로

일 그램도 안 되는 돈이 날아갔다

뒤를 돌아본 사내는

돈 위에 돌을 놓고 간다

대지가 토해놓은 긴 날숨 속에

그가 남긴 온기는 사라지고

안식처를 찾지 못한

한 마리 겨울새가 떨고 있다


짓눌린 돈과 짓눌린 노숙자의 엉덩이

둘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달빛은 새벽을 향해 걸어가고

나기 쉬운 상처가

불안과 갈망을 껴안으며 조율한다


옷을 입은 침묵은 고요하지 않다



시작노트


아들이 학원을 빼먹고 12시가 다되어

집에 왔다.

나는 왜냐고 물었고

대답은 신경 쓰지 말라며 화를 낸다.

나보다 더 큰 아들 내 앞에 불타는 산이었다.

둘의 대화는 날이 섰고

날 선 대화에 부모의 위치도 무너졌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는 집은 나왔다.

공원 벤치에 울음을 삼키고 있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때를 회상하며 예전에

어째 이런 일이 제목으로 발행한 것을

시로 적어 보았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구독하신 분들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