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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출간하고 아픔에 대하여

by 송영희

ㄷㅈ



책을 출간하면 그걸로 끝나는 줄 알았다.


많은 지인이 내 책을 사고 사인을 부탁하고

축하한다고 밥을 사고

이렇게 한 달 남짓 과부하가 걸린 몸

아프기 시작했다.

너무 신경을 썼나 생각할 겨늘도 없이

병원 신세를 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몸보다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게 더 심했나 보다.

책이 두 달 만에 칠백 권이 나갔고

지인들에게

예전에는 한 권씩 보내주던 책을

교보문고에서 사서 보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지인 중 한 명이 을 보내주지 않자

돈 벌라고 작정했구먼,

이 한 마디가 심장에 박혔다.

아무리 빼내려고 해도 빠지지 않고

심장에서 녹이 슬어 버렸다.

우선 글 쓰는 게 싫었다.

책도 보기 싫고 내가 나에 대해

평가를 하고 자책을 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돈 벌라고 이 한마디가 윙윙

매미의 울음소리 보다 더 컸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고

누가 말했던가!

어떤 친구는 8년 동안 고생했다고

책을 사고 밥을 사

어떤 친구는 당연히 책은

출간하면 한 권씩 주는 거리고 말하고 있다.

책은 작가의 영혼이 깃든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쓴 것을

그냥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책을 사서 작가의

사인을 받을 수 있으면 받고

받을 수 없어도 소중히

소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처 입은 마음은

글의 공백을 두었고

무기력하였던 몸이 활기를 찾기까지는

두 달이나 걸렸다.

소심고 옹졸한 나의 마음을

다독이며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금 글로 유를 해야 될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을 쏟아 버렸다.

누가 뭐라 해도 나만의 글을 쓰며

작은 글밭에서 나의 글을 읽어 주는

소중한 독자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늦게나마 이 글을 쓴다.


(잠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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