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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Feb 09. 2022

#03. 저런! 미치다 턱 떨어질 년

미치다 턱이 떨어질 수 있나?

저런 미치다 턱 떨어질 년"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었다. 사시사철 농사일에 바쁜 큰집의 주도권은 큰엄마에게 있었고 전형적인 시골에서 생활하시는 분이시다. 큰집은 언제나 북적거렸고 온 동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오다가다 들리는 손님들이 많았고 다들 농사일이 바쁘다 보니 깨끗한 정돈은 기대할 수 없는 곳이었다. 큰엄마의 며느리는 아들을 낳기 위해 4명의 딸과 귀한 아들을 끝내 낳았다. 그런 큰 엄아의 며느리는 올해 나이가 70이 넘으셨다. 

딸 부잣집인 큰집은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인해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우리들까지 놀러 가는 날은 그야말로 방마다 시끌버쩍이다. 

우리 집은 촌수를 따진다. 그렇게 되면 어린 내가 가장 높다. 촌수가 높다 보니 내가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큰집 조카들에게 정해진 호칭대로 고모가 되어 대우를 받아야 했다. 나와 나이가 같았던 둘째딸에게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https://youtu.be/NR7ablt3etU


큰집의 둘째 딸은 말괄량이 삐삐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사고뭉치였고 쌈닭이라 불릴 만큼 사나웠다. 그런 둘째 딸과 나는 만났다 하면 친하게 잘 놀다가도 꼭 1라운드에서 2라운드까지 싸우기 일수였다.

둘째 딸이 방학이 되자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 3살 차이나는 작은오빠와 나, 큰집 둘째 딸은 방학을 맞아 잘 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또 싸웠다. 왜 싸웠는지 이유는 모른다. 싸움을 보고 있던 작은 오빠가 말렸어야 했는데, 코너에 놓여 있던 쌀자루에 앉아 큰집의 둘째 딸 조카를 응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작은오빠는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며 즐기고 있었다. 

내 오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싸움을 부추기고 상대를 응원하는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서러웠던 나는 엄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큰집과 우리 집은 난리가 났다. 


"아이고 저년들 또 싸웠어?"


"이런... 아주 육시랄... #$^%&@!!!!"


그렇게 전화통화하는 소리가 났을 때쯤 우린 언제 그랬냐는 듯 저녁을 맛있게 먹고 또 놀았다. 이게 우리 집에서 마지막 싸움이었다.  해가 바뀌고 5학년이 된 나는 여름이 되어 큰집으로 놀러 갔다. 큰집은 복숭아 과수원, 배, 기타 등 많은 일로 분주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가 복숭아 밭에서 복숭아 수확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고 나와 조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작은 밭에 굉장히 큰 자두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나는 큰집 조카들과 자두나무에 밧줄로 그네 같지도 않은 그네를 만들어 재밌게 놀던 중이었다. 좀 떨어져서 나무 막대기로 놀던 둘째 조카가 나타났다. 드디어 그의 주특기 깐죽이 시작되었다. 30분쯤 방해 받고 실랑이를 하다가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런...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많은것이 쌓여있던 것일까? 삼손처럼 힘이 솟아 둘째 조카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그의 배에 올라타 머리를 쥐 뜯어놓았다.



"넌 오늘부로 다신 못 덤비게 해 주마"


이를 악물고 그를 엄청난 힘으로 제압하며 혼내주고 있을때쯤 어린 조카들이 복숭아밭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는지 어른들이 멀리서 달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어머머! 이게 무슨 난리냐..."하며 둘째 조카의 엄마가 달려왔고, 큰엄마 역시 이년저년하시며 달려오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둘째 딸은 제압당한 채로 방어를 하고 있었다. 

"고모, 고모!"

"그만해, 고모! 내려와 얼른 내려와."


이번엔 나 조차도 양보할 기색이 없자 어디론가 향해 달려갔다. 이어서 큰 엄마가 도착했다.


"이런! 미치다 턱 떨어질 년들"

"그만 못해? 이년들아... 아이고 육실할 년들... 저 왜 저 래들..."


큰 엄마는 몽둥이를 찾고 있었다. 다른때 같았으면 잽싸게 도망갔을 우리였다. 


이어 어디선가 모를 양동이 물벼락으로 우리의 1라운드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우린 그대로 끌려가 마당에서 엄청나게 혼이 났다. 사랑방에서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밤새 우리 둘이 밭에서 싸우며 뒹구는 이야기로 화제가 되었다.


"이번 기회에 둘째 조카가 엄청 맞았으니 이젠 다신 안 덤비겠지?"


"고모는 어디서 그 힘이 나는지 ㅎㅎㅎ"


"우리가 말려도 안 떨어졌다며 놀랐지뭐야."



지고 못 사는 둘째 조카의 기는 다소 누그러진듯했다. 쌈닭이었던 둘째 조카인 그녀는 엄청 시집을 잘 가서 잘 사고 있다. 그때는 싸우느라, 혼나느라 미처 생각을 못했던 큰엄마의 찰진 욕 한 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저런 미치다 턱 떨어질 년"


미치다. 턱이 떨어질 수 있나? 여전히 의문이다. 상상만 해도 여전히 웃긴다. 항상 욕을 달고 사셨던 큰엄마는 그 당시 그 욕 한 마디가 무섭고 섭섭하기도 했다. 아마 지금도 그 모습이라면 유튜브 스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런 옛스러운 큰엄마의 나이는 올해 98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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