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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Jun 24. 2023

           핀란드 국립도서관 방문기

그간 업무에 치이고 대학원 졸업학기라는 핑계로 오랫동안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았더니 구독자도 많이 빠지고 휑해졌네요ㅎㅎ


반성을 해봅니다. 앞으로는 성실해질 것을 다시 다짐하며 오랜만에 돌아온 글은 도서관 방문기입니다.


5월 22일부터 30일까지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나가는 해외에, 그 자체로 무척 설레고 신이 났습니다.


개인적인 여행은 아니고 각 나라의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세 나라 모두 국립도서관을 방문했는데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도서관 분위기와 정책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기관에 정식 방문 요청을 하고 가서 담당직원에게 도서관 서비스나 정책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갔더라면 볼 수 없었던 내부 시설도 보고 긴 시간 도서관에 대한 브리핑도 들을 수 있었어요.


혼자 듣고 흘려버리기는 아까워 가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다녀온 순서대로 하나씩 이야기를 해볼게요.



핀란드 국립도서관



* 홈페이지: Etusivu | Kansalliskirjasto


 핀란드 국립도서관은 핀란드 헬싱키 세나틴토리 광장 부근에 위치한 국립도서관이다. 헬싱키 대학교의 일부로서 원래는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이라는 이름이었지만 2006년 8월 1일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하였다. 핀란드 국립도서관의 설립 목적은 핀란드의 문화유산을 담고자 하는 것이다.

(출처: 핀란드 국립도서관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wikipedia.org))



Episode.1


소개 및 건축

출처: 핀란드 국립도서관 페이스북



 핀란드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학술 도서관으로 교육부의 예산 지원을 받으며 행정상으로는 헬싱키 대학교 소속이나 독립된 기관이라고 합니다. 원래 헬싱키 대학교 도서관이었지만 2006년부터  핀란드 국립도서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요. 그래서 교육부 산하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보시면 알겠지만 핀란드 국립도서관은 대리석으로 된 하얀 기둥 위로 돔이 있는 건축물이 그리스 양식을 떠오르게 합니다. 독일 유명한 건축가 카를 루드비히 엥겔(Carl Ludvig Engel)이 건축했다고 합니다. 채광에 특별히 신경 써 햇빛을 오랫동안 많이 받기 위해 지붕을 돔 형태로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 건물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보는 것이 훨씬 아름다워요.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가 중앙으로 돔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비추고 서가 사이엔 그리스 양식으로 된 장식들이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도서관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에요. 도서관 건축물에 탄성을 지르는 우리에게 도서관 내부 투어를 시켜주던 유쾌한 사서는 이 건축물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건축가를 다시 뽑고 싶다는 농담을 했습니다.



 바로 이 건축물을 특별하게 해주는 자연채광 때문인데요. 사서인 저 역시 어떤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어요. 책에 책이 가장 취약한 것이 바로 습기와 '햇빛'이거든요. 햇빛을 받으면 책은 갈변해 버리고 심하면 종이에 있던 글자까지 보이지 않게 돼요. 실제로 아름다운 서가에 꽂힌 책들의 보존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종이는 누렇게 바래고 글자도 잘 보이지 않았어요. 실제로 일하는 사서들은 자연광에 책이 변하지 않게 하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립도서관답게 건물 규모는 상당히 커서 별관도 있는데 이 두 건물을 이어주는 지하통로로 통행이 가능합니다.. 국립도서관 컬렉션의 대다수는 키랴루올라 (Kirjaluola, 책 동굴)라는 이름의 지하 벙커에 보관되어 있는데, 암반을 뚫고 도서관 지하 18m 자리에 조성한 곳으로 그 규모는 57,600세제곱미터에 달한다고 합니다.


 건물은 헬싱키 중심지인 헬싱키 대성당 바로 옆에 국립박물관과 함께 나란히 위치하고 있습니다. 헬싱키 관광을 가시면 성당에 갔다 한번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pisode.2


서비스



 도서관 투어 이전에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을 먼저 보여주셨어요. 상당히 많은 직원들이 일하고 계시더라고요. 사무실 옆에 고서와 희귀본을 모아두는 장소에서 핀란드 국립도서관 전자서비스인 핀나(Finna)를 소개해주었습니다. 핀나에 대해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잘 요약되어 있는 기사가 있어 한번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2014년 말부터 국가 정보 검색 서비스인 핀나(Finna)를 공개하여 대중에게 핀란드 국가 소장 자료에 대한 접근을 제공했다. 핀나는 약 100건 이상의 온라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421곳의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과 협력하여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로, 약 1,750만 건의 자료를 서비스하며, 이 중 250만 건 이상의 자료를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서로 다른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검색 프로그램에서 접속이 가능하며, 메타데이터, 소스 코드, 자료의 일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검색 서비스다.

지난 2021년에 핀나 홈페이지로 약 400만 회의 방문 수를 기록했다. 이는 서비스 시행한 이래 최다 이용 기록이며, 2020년도에 비해 무려 32%나 늘어난 수치이다. 또한, 이용자는 1,820만 페이지에 접속했고, 820만 건의 검색을 했다.

2021년 이용자들은 일반적으로 책과 기사를 검색하고, 영화를 보고, 보관된 귀중 자료를 탐색했다. 또한, 고등 교육 기관의 논문도 자주 검색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사진’은 단연코 가장 인기 있는 자료(6백만 건 이상 접속)였다.

출처: 사서지원서비스>월드라이브러리>국내외 소식>국외소식상세>핀란드국립도서관, 국가 정보 검색 서비스 최다 이용 기록 경신 (nl.go.kr)


 


핀나는 확실히 핀란드 국립도서관의 핵심사업인가 봅니다. 장장 3시간에 걸쳐 핀나와 핀란드 메타데이터 시스템인 멜린다(Melinda)에 대해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서가 도서관 시스템에 서지를 입력하면 멜린다에서 정보를 카탈로깅하고 멜린다에 입력되어 있는 메타데이터 정보들을 이용자들은 핀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멜린다에는 도서정보뿐만 아니라 영화나 기사, 박물관에 있는 유물 같은 귀중자료 정보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용자는 핀다에 접속하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데요. 기관마다 다르게 입력되는 자료에 대한 정보들은 핀토(FInto)라는 온톨로지 서비스를 이용해 검색이 가능하게 합니다.




 도서관 조직에 대해 소개해준 직원과 핀나 서비스를 담당하는 개발자와 멜린다 담당자가 각기 1시간씩 브리핑을 해준 덕분에 총 3시간을 핀란드 도서관 전자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담당자들 마다 이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보여서 핀란드에서 얼마나 중점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인지 알 수 있겠더라고요. 서비스를 직접 검색화면에서 보여주며 자부심을 보이던 핀나 시스템 총괄 개발자에게 제가 장난스레 질문을 던졌어요.



핀나가 구글보다 더 나은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구글하고는 방향이 달라요.
글쎄요. 뛰어넘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핀나에서 확실한 양질의 정보를 한곳에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자신감이 넘치는 개발자의 대답에 저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개발자분은 이미 이뤄놓은 것도 많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서 계속 고민 중이라고 했어요. 제가 하는 일도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핀나는 도서관 예산을 따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도서관은 예산이 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예산을 신청을 해서 교육부의 승인이 있어야지 내려오는데 보통 지난해의 실적을 보고 반영을 해준답니다. 그런데 핀나의 반응이 좋아서 도서관 예산은 한 번도 거부가 된 적이 없다고 하네요. 오히려 더 많이 지원해주려고 한답니다. 자부심을 느낄 만하죠?







Episode.3


덧붙여서


1. 3시간의 브리핑 이후 도서관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지하통로를 통해 본관과 별관을 오가며 대출대와 열람실 등을 둘러보았어요.  입구 쪽 본관 돔 홀 옆에 있는 열람실만 특별히 볼 수 없었는데 그곳은 돈을 내는 유료 이용자들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투어를 담당했던 사서의 말로는 유로 이용자들은 소음에 민감해 도서관 모든 곳이 투어에 포함이 되지만 그곳만은 목소리를 낼 수 없어 제외된다고 했습니다.




2 . 시설도 좋고 쾌적한 건물에 비해 도서관 이용자는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헬싱키 사람들이 국립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료인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국립도서관 전신이 대학도서관이었던 탓에 아직도 대학생들만 이용가능한지 알고 있는 듯하답니다. 담당 사서는 이렇게 좋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세금 낭비 같다는 농담을 했습니다. 홍보에 조금 더 주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헬싱키 전역 곳곳에 공공도서관이 잘 되어 있어 굳이 국립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3.  기관의 인력이 많고 조직이 체계적으로 분업이 잘 되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사서뿐 아니라 개발자, 마케팅 담당자 등이 어우러져 협업을 하고 있었어요. 특히 유쾌한 농담으로 투어를 진행해 준 타투가 인상적이던 사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원래 투어 담당이 아닌데 다 휴가를 가는 바람에 투어를 맡았다는 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헬싱키에서 사는 통역사가 핀란드 사람 같지 않다며 연신 신기해했어요. 핀란드 사람들은 농담을 절대 하지 않는데 이렇게 유쾌한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즐겁게 핀란드 도서관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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