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크크로 책 출판하기
한 동안 글쓰기를 멈췄었다.
부크크로 책을 출판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내지와 표지를 직접 디자인 작업을 하느라 글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여섯 번의 반려 끝에 드디어 부크크에서 원고 승인이 났다.
이게 뭐라고 내가 이렇게 고생을 했나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원고는 이미 오래전에 다 써놓은 상태였지만 부크크로 출간하기로 결심하고 2~3개월쯤 내지와 표지 디자인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지치기도 하고 힘든 과정이었다. 내지 디자인을 고민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정말 다시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물론 부크크에는 원고 서식을 제공하고 있고 표지 역시 기본 표지 양식을 제공하고 있어 출판이 쉽게 가능하지만 여행 에세이를 내는 입장에서 한글파일 기본 서식으로 책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작가분들은 나처럼 시행착오를 덜 겪으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인디자인을 써보기로 결심하다
독립출판과 출판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인디자인으로 책을 출판하기 어렵지 않다는 글이 제법 보였다. (그 글에 낚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크몽에 알아보니 내지 디자인과 표지 디자인을 해주시는 디자이너 분들이 제법 있었지만 디자인 문외한인 나는 일단 내가 원하는 방향성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책에 들어갈 사진을 골라서 드리고 어떻게 편집해달라고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 보였고 견적 의뢰 결과 디자인 요소도 많지만 글의 분량 자체가 많아 비용이 비쌌다.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 찾아보니 7일 동안은 무료로 체험이 가능하단다. 7일 안에 초보가 가능할까 고민하던 차에 다니는 대학교에서 재학생을 상대로 어도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원 등록금을 낸 게 처음으로 아깝지 않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로 나는 직접 인디자인으로 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상대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어도비 포토샵이나 인디자인, 마이크로소프트 등 프로그램은 대부분 학교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혹시 재학 중인 학생이라면 잘 찾아보면 인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튜브에 강좌를 보며 인디자인 기본을 익혔다. 1시간짜리 강좌도 있었고 10분 단위로 요소요소들을 알려주는 영상도 있었다. 인디자인 전체를 소개하는 영상 하나를 보고 먼저 프로그램에 익숙해지고 난 후, 직접 책을 만들어본 작가들의 인디자인 강의들을 참고했다.
#인디자인 독립출판 # 인디자인으로 책 만들기 등을 키워드로 넣으니 여러 강의가 떴고 강의를 보며 차근차근 따라 해 봤다.
인디자인은 결코 만만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게다가 난 디자인의 1도 모르는 초보 아니던가. 유튜브를 보며 기술을 익혀도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서 프로그램을 켜놓고 빈 화면만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레퍼런스를 많이 보면 도움이 될까 싶어 찾아보기로 했다.
다른 여행책들을 찾아보다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 책장에 놓여있는 여행 에세이를 살펴보았다. 내용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고 편집이나 디자인 위주로 살펴봤다. 요즘 나오는 책의 트렌드도 익히고 구성을 알아야 뭐라도 하지 싶었다.
인터넷 서점에서도 여행책 위주로 레퍼런스를 찾아보았다. 표지와 목차 이미지는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게는 그 트렌드를 따라 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는 거였다. 깔끔한 배경에 일러스트로 포인트를 주고 싶었지만 일러스트를 그릴 만한 능력이 내게는 없었다.
단순하게 가기로 했다. 여행 에세이니 사진을 넣고 여행잡지처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인디자인으로 책 만들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글을 넣고 사진을 배치하고 페이지 번호를 넣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알려준 대로 했는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원인도 못 찾겠다. 자동으로 목차가 생성되는 기능이 있다는데 페이지 번호는 제멋대로고 내가 어디서 뭘 잘못했는지 싶어 하면서 계속 유튜브를 찾아보고 구글링을 하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자꾸 욕심이 생기는 것도 문제였다. 처음으로 해보는 작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퀄리티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레퍼런스를 삼은 책들과 비교하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이게 첫책이니까란 말로 나를 토닥였다. 완벽하게 한다면 출판사와 편집디자이너가 왜 필요하겠어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단순 오타나 배열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매일 퇴근 후 주말을 모두 편집하는데만 시간을 쏟았더니 결국 완성이 되었다.
완성본은 내가 보기에도 미숙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그 안에 지난 1년 여간의 내 노력이 담겨있기에 나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저 책은 내 1년의 노력이다.
오늘은 부크크에서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자세한 팁들은 차후에 언급해보려고 한다.
1. 부크크 무료 서식을 이용
부크크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원고 서식을 이용할 수 있다. A4, A5 등 다양한 크기의 서식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 소설이나 글만으로 이루어진 책은 이 서식만으로 출판이 가능하다.
2. 부크크 내지 디자인, 표지 디자인 서비스 이용
부크크 사이트 내에 디자인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 표지나 내지, 교정 교열 모두 가능해서 사이트에서 디자인을 구입해서 사용해도 된다. 표지 디자인의 경우 부크크에서 기본 디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3. 크몽에서 전문가에게 의뢰하기
디자이너를 연계해주는 사이트를 이용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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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디자인을 하시는 전문가분들이 여럿 나와서 포트폴리오를 보고 원하는 스타일의 디자이너 분에게 견적요청을 드렸다. 다양한 가격이 나왔는데 원고의 분량이 많다 보니 비용이 비쌌다. 가장 저렴하게 부르신 분은 30만 원 정도를 이야기하셨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전문가는 200만 원을 이야기했다.
작업 방식은 원고에 들어갈 사진 등을 추려서 함께 보내드리고 원하는 방향이나 디자인을 조율하여 시안을 받고 수정하는 방식이다. 수정은 보통 1회나 2회 무료로 제공하고 그 이상 되면 추가 요금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부크크에 비해 크몽이 디자이너들이 더 다양해 원하는 디자인을 비교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비용도 비쌌고 책이 얼마나 팔린다고..라는 현실적인 생각에 셀프 편집을 하기로 결정했다.
4. 직접 인디자인으로 편집하기
결국 인디자인으로 직접 편집하며 몇 번을 후회했는지 모른다.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퀄리티가 좋지 못했고 디자인은 역시 디테일이었다.
초보 아마추어가 디자인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럴듯하게 완성도 있게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두 달 넘게 작업을 하며 더 이상 들여다보기 싫어질 정도였다. 직접 하다 보니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지도 않아서 원고를 붙잡고 계속 수정 수정 수정을 반복했다.
디자인 작업을 의뢰했다면 조금 더 수월하고 퀄리티 높은 책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책 만들기의 전 과정을 체험하고 싶다는 내 초기의 목적을 계속 생각하려고 했다.
원고를 다 올려놓고 책이 나오길 기다리는 이 순간에도 '아! 저부분은 저렇게 할 걸!'이라는 후회가 자꾸 밀려온다. 하지만 이 책이 시작이니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출판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궁금하신 부분이 더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마지막으로 출간된 제 책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