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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Dec 29. 2022

직장 다니며 책 내기

글쓰기를 시작하고 제일 힘들었던 것은 꾸준히 쓰는 것이었다.

몰아치는 일들에 날이 서 하루를 버텨내다 집으로 돌아오면 생산적인 일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겠다는 이상한 결심 같은 것이 들고는 한다.

사실 대단한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직장을 다니며 글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9시-6시의 워라밸이 보장되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하더라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빨라야 7시, 저녁을 먹고 대충 집안일을 하면 9시가 넘는다. 그 시간쯤 되면 밀린 예능도 보고 싶고 책도 좀 읽고 싶고 운동도 다녀와야 하는데 글쓰기는 어떤 것보다 생산적인 활동이란 생각에 퇴근해서 까지 일하지 말자 싶은 것이다.


그래도 책 한 권 내보고 싶다는 욕망에 마음을 고쳐 먹고 시작해보지만 이내 나가지 않는 진도에 스트레스만 더 해질 뿐이었다. 취미로 쓸 때는 힐링이었는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니 부담감만 더해 오히려 꽉 막힌 느낌이다.


 하지만 막상 엉덩이를 붙이고 써내려 가다 보면 어느새 몰입해 있는 나를 보며 글쓰기도 운동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기 전까지는 별 핑계를 다 대며 미루고 싶지만 막상 하면 재미있고 끝나고 나면 뿌듯한 스쿼시처럼 말이다.

 

'운동처럼 글쓰기도 꾸준히 하다 보면 근육이 생기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천천히  걸음만  보기로 하고

글쓰기 원칙을 정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했다.

시간 렸고(실제로 2 정도 소요되었다.) 정식 출판이 아닌 책이라 부끄럽긴 하지만 나름 하나의 책을 쓰고 완성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되었던 나만의 원칙을 공개하려고 한다.  



1. 주말에는 무조건 3시간 이상 몰두하여 글을 쓴다.

평일에 오롯이 글쓰기만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주말은 가능하다. 약속을 잡거나 집안일을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을 피해서 스케줄을 잡았다. 물론  시간은 내가 제일 집중이  되는 시간으로 선택했다.

경험해본 결과 나는 오전 11시에서 2시까지가 집중도가 제일 높았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집중도의 시간이 다를 것이다. 각자 집중이 잘되는 시간대를 잡아 그 시간은 무조건 글을 쓴다는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아침형인간인지라 오전 시간을 글을 쓰는데 할애해도 오후 시간은 약속이나 운동에 할애할  있어 나는  시간대를 글쓰기 시간으로 잡는 것은 것이 잘했다 싶었다. 보통 주말에도 7 이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밀린 집안일을 대충 해놓은 다음 11시가 되면 무조건 글을 썼다. 집중이  되면 2시가 넘어갈 때도 있었고  되지 않더라도 2시까지는  앉아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2. 글은 집이 아닌 카페에 가서 쓴다.


집에서 글을 쓰려하니 방해꾼이 너무 많았다. 일단 집에 있으면 침대에 눕고 싶었다. 침대에 누워서 글을 쓰다 보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핸드폰으로 손이 가는  그다음 순서였다. 집에 티브이는 없었지만  써지는 글을 노려고 있노라면 태블릿의 넷플릭스도 눈에 들어오고  개켜놓은 옷더미도 신경이 쓰인다. 집을 떠나기로 했다. 무조건.

그래서 찾은 것이 카페이다. 오랜 시간 머물러도 눈치 보이지도 않고 적당한 백색 소음이 집중에 도움이 되는 글쓰기에 적격인 곳이다.

주위에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극이 들어 더 좋았다. 카페에서 틀어놓은 음악도 흥얼거리다 보면 글감이 생각나기도 하고 진한 커피향이 주중에 묵혀두었던 감수성도 끌어 올려준다. 카페는 좋은 창작터였다.

많은 예술가들도 카페에서 작업활동을 하는 이유가 다 있구나 싶었다. 나도 카페에서 글을 쓸 때면 한 명의 예술가가 되는 기분이었다.



3. 글쓰기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도 무조건 쓴다.


제일 중요한 원칙이 아닐까 싶다. 전문 창작가도 쓰다가 막히는 것이 당연한데 아마추어인 내가 글이 술술 써질 리가 없다. 쓰다 막히고 좌절하고 단어를 고치고 하다 보면 2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는 다른 챕터의 글을 썼다.

'그래서 나는 스페인으로 떠났다'를 쓰다 지겨워지면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아니면 여름챕터의 글을 쓰다가 겨울로 넘어가며 글감을 바꿨다. 신기하게 여름에서는 풀리지 않던 글이 겨울에서는 술술 써지기도 했다. 그러다 다음주가 되서 여름으로 돌아가 글을 쓰면 막혔던 부분이 풀린다. 한 부분을 너무 오래 붙잡지 않는 것이 비결이다. 다만 너무 안 써질 때도 글쓰기를 포기하면 안 된다. 주어진 시간에는 무조건 뭐라도 써야 한다.


4. 매일 일기를 쓴다.


 책을 내기 위한 글쓰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글쓰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아무래도 출간을 위한 글쓰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쓰기이다 보니 자연스레 스스로 검열을 하고 다듬기 때문이다. 마음을 일기로 해소했다. 글쓰기를 위해  일기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매일 글이라는 것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글쓰기 근육을 단련시키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루의 일상을 글로 옮겨적고 거기에 대한 감회를 요약 정리한다는  자체가 에세이의 기본 아닌가. 하루의 소소한 일상을 정리하며 매일 짧은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하는 것이 자연스레 글쓰기 연습이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판매도 잘 되지 않는 셀프 출판 책을 출간하고 아는 체한다 싶겠지만 실제로 책을 내며 도움이 된 방법들을 한번 정리해 봤다.

한 권의 책이란 것을 완성할 만큼 글을 썼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내가 그래도 인생의 무엇 하나 남기고 간다는 자신감을 준다.

포기하지 않고 쭉 써 내려간 내게 남은 것은 완벽하지 않지만 완성된 책 한 권과 또 한 권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니 직장인 여러분 포기하지 않고 우리 쭉 써봅시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책 한 권을 남기게 돼 올해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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