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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능구 Mar 17. 2024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에 가려는 이유

20대 후반, 특수대학원을 가려는 이유와 전공 선택에 대한 생각

#1. 나는 왜 대학원에 가고 싶은가?


학부 시절 나는 전공 수업을 듣는 게 재미없었다. 배우는 내용들이 어디서 어떻게 쓰일지 잘 몰랐고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과외, 자기소개서 첨삭 등 경제 활동을 할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그곳으로 눈을 돌렸다. 강의실에 앉아 이론적인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들으며 딴생각을 하는 것보다 당장 내 이번달을 행복하게 채워줄 100만 원, 150만 원을 버는 게 훨씬 행복했다. 특히 자소서를 첨삭하는 일은, 글을 좋아하는 내 적성에 딱 맞아 취미생활을 하면서 돈을 받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서른 명이 넘는 이들의 대학 진학을 도왔다. 대부분이 고3이었지만 개중에는 내 또래의 직장인들도 몇몇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직장에 들어간 사람들.


그때의 나는 그들을 보며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일을 잘 하면서 월급을 받고 있는데 뭘 위해 대학에 갈까? 누구는 승진을 위해 대학 졸업장을 원했다. 누구는 고졸로 남기 싫다는 자존심 때문에 대학에 가려 했고, 다른 누구는 배움의 목마름을 해갈하지 못해 퇴근 후에라도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물론 그들이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당시 내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나는 돈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


시간이 흘러 20대 후반이 된 나는 이제야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있다. 강의실에 앉아 그렇게 원했던 ‘일’이라는 걸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매일 어떤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아직 너무나도 부족해. 할 수 있을 때 더 공부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 더 넓혀보자’라는 목소리. 나는 이걸 뿌리칠 수가 없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분명 30대 혹은 40대에 후회하게 될 것 같다.



#2. 선택


그럼 이제 3가지를 결정하면 된다. 어떤 유형의 대학원에 갈지, 어떤 학과에 갈지, 어떤 학교로 갈지. 나는 현재 직무로 커리어를 쭉 밀고 나가고 싶다. 커리어 초반에 공백기가 발생하는 건 원치 않는다. 그리고 업무 내용이나 일하는 것 자체가 꽤 재밌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직장을 포기하고 일반대학원에 진학할 배짱이 없다. 그래서 특수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


어떤 전공이 내게 잘 맞을까? 대학에선 문화경영과 소프트웨어를 복수 전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된 회사의 PO로 일하고 있다. 각각에서 키워드를 뽑아보면 ‘문화’, ‘금융’, ‘IT’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재밌는 세 분야를 조금씩 경험했다. 이중에 내가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며, 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가며 공부할 가치가 있는 건 무엇일지 판단했다.


첫째, 문화는 내 사고의 뿌리다. 대학에서 문화를 공부하면서 얻은 장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현상에 대해 해석하는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철학과 인문학에 뿌리를 둔 전공이라, 다양한 사고 프레임을 체득하여 현상을 잘게 쪼개거나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이 연습을 했던 게 앞으로의 인생에도 계속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중장기 목표를 고려할 때, 문화에 깊게 파고들기엔 리소스 대비 아웃풋이 적을 것 같다.


둘째, 금융은 지금 내가 몸담은 도메인이다. 우리 회사는 ‘문화금융‘이라는 카테고리의 상품을 발행 및 유통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여서 누군가는 의심하고, 누군가는 선발주자라고 말한다. 지금 당면한 과제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우리 브랜드에 대한 정인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사업을 계속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꾸준히 고객들과 라포를 쌓아간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다. 내가 금융 도메인과 관련한 전공을 선택한다면 물론 회사에 일정 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나는 상품을 발행하거나 상품 자체를 분석하는 역할은 아니기에 직무적으로 임팩트를 내기에 활용도가 조금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셋째, IT는 내 스킬셋이다. 사실 IT는 도메인적인 측면도 있지만, PO라는 직무 특성상 스킬셋에 가까운 것 같다. 내가 정의하는 PO(Product Owner, 제품 책임자)는 ‘코드로 개발된 프로덕트를 사용해 비즈니스 목표를 이루는 사람’이다. 정의한 바와 같이 중요한 건 프로덕트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이를 잘 활용해 성과를 내는 능력이다.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분석적으로 사고할 줄 알아야 한다. 분석의 중심은 데이터다. 물론 요구되는 여러 역량이 있지만, 나는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석/활용할지 명료하게 아는 사람이 프로페셔널한 PO라고 생각한다. 결국 직무에서의 단기 목표, 중장기 목표를 고려할 때 데이터 관련 전공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특별히 지망하는 곳은 없어서, 일단 상위권 대학 5개에 지원한 후 합격한 곳이 있으면 그때 생각해보려 한다. 이제부터 준비 시작이다. 새로운 도전은 늘 설렌다.






* 커버 이미지 출처: UnsplashElisa Calvet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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