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정! 지!
후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워야 할지 대략 난감!
바닥에 널린 옷가지들은 빨 것인지, 빨아준 것인지, 다시 입을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고,
화장대 위에는 일회용 인공눈물 깍지들과 어젯밤에 했을 녹차팩 패치가 말라비틀어진 채 용기에 담겨있죠.
허, 참... 딸 키우는 집들... 다 그런 거 아닌가요?
저희 집만 그렇다고요?
에이... 설마요...
한숨만 짓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
뭐가 뭔지 모르지만 바닥에 널려있는 옷가지들은 빨래바구니에 과감히 던져 넣어 세탁기로 직행!
화장대 위는 화장품으로 보이는 것들만 나란히 줄 세워두고 마른걸레로 휘리릭 훔친 후 휴지통에 퐁당!
밀대에 먼지포를 씌워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끌어당겨주면,
일 단계 정리 끝!!
버릴 것과 정리할 것을 구분하며 버릴 것은 오른쪽, 정리할 것은 왼쪽으로 옮기기 시작!!
한참을 정리하고 있는데 책과 책 사이에서 편지지 한 장이 툭!
읽어보니 중학교 1학년 때 앵글이가 작성한 수행평가지였어요.
무슨 과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감사한 사람에게 편지 쓰기] 정도인 것 같네요.
역시! 앵글이네요.
글쎄, 자신한테 편지를 썼지 뭐예요?
저녁에 앵글이에게 물었어요.
"앵글아, 엄마가 청소하다가 너 중1 때 썼던 수행평가지를 발견했어. 아마도 감사한 사람에게 편지 쓰기였던 것 같은데 넌 너한테 썼더라?"
"정말? 봐봐... ㅋㅋㅋㅋㅋ 그러네..."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그간 만났던 선생님들도 계실 테고... 네 주변에 감사하다 느껴지는 사람이 많았을 텐데 그때의 네게는 없었을까?"
"있었겠지... 근데 음... 그때의 난, 그냥 나한테 쓰고 싶었었나 봐."
내용은 14살의 나이보다 깊이가 있어 보였지만, 대상이 엄마가 아니어서 잠시 섭섭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나는 나를 기특해하고 있나?'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답니다. 지난한 시간들을 겪어낸 오늘의 나는, 이전의 나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오늘 한 번 심도 있게 생각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