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래층 동생과 윈도우봇 광고를 보면서 둘이 한참 고민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하나 사서 1년에 한두 번씩 번갈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2년 동안 한 번도 사용했던 적이 없던 윈도우봇입니다.
마른 창을 한 두 번 닦고, 물에 적셔 한 두 번 닦아야 한다며 전해주고 간 윈도우봇을 창문에 거치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혼자서 잘 닦아줍니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마치 애벌레처럼 꿈질꿈질 움직이며 창을 닦는데 거참 신묘한 녀석입니다. 딱, 닦아야 할 만큼만 이동하며 닦아내려가는 윈도우봇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창 멍하게 만드는 윈도우봇과 장장 8시간씩 연 이틀을 닦았습니다.
창문이 하나, 둘씩 닦아질 때마다 마음까지 환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이 맑아지니 매일 보던 창밖 풍경도 달리 보였습니다. 최근 이러저러한 일들로도 어수선했던 마음까지 다잡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뭘 하나 시작하면 뿌리를 뽑는다며 가족들이 한 마디씩 던지며 지나가고,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천천히 나눠서 하지 그러다 몸살 나겠다는 걱정의 말을 듣고도 다신 안 닦을 것처럼 창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다 닦고 나서 정말 몸살이 와 며칠 고생했지만 환해진 창들을 보니 뿌듯하기만 합니다.
찬바람이 불고, 환기시킬 때 말고는 겨우 내 굳게 닫힐 창.
굳게 닫힐 것이 그저 창뿐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