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찾아오지 않은 계절
20대의 나에게 생리는 건강함의 징표가 아니었다.
이번 달도 임신이 아니라는 안도감. 딱 그 정도였다.
서른을 맞이한 지금의 난 생리를 기다리기도 하고, 기다리지 않기도 한다.
8년의 연애기간 동안 남편과 나를 닮은 아이를 상상해보곤 했다.
나를 닮아 책을 좋아하는 아들, 남편을 닮아 수학을 잘하는 딸. 깜짝 선물처럼 생긴 동글동글 귀여운 막내까지…
오랜 기간 피임을 했기 때문에 피임을 하지 않으면 바로 아이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난임’이라는 단어는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에게나 어울리는 단어였고,
내 앞에 붙을 수식어가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결혼한 지 1년. 나의 하루는 희망찬 지옥이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기다리는 2주는 참 희망차다. 이번엔 왠지 임신이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즐거운 확신이 내 안에 가득 차오른다.
임신테스트기 한 줄.
테스트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어느새 마음의 선이 그어진다. 나에게만 보이는 그 옅은 선은 임신 극초기라서 그런 것이라고, 내일은 조금 더 진해질 거라는 희망으로 매일 아침 테스트기를 꺼낸다.
여러 개의 테스트기가 쓰레기통으로 간 뒤에야 확실히 임신이 아닌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 이후 생리를 기다리는 2주는 지옥이다. 내가 무엇을 또 잘못했던 걸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자책하며 또 병원에 갈 준비를 한다.
계절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일 년을 주기로 천천히 변하면서 사람과 자연을 돌본다.
그런데 나의 계절은 한 달을 주기로 반복된다.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봄과 오랜 겨울이 반복된다.
따뜻한 봄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겨울이 차다. 늘 춥고 지치지만 다가올 긴 봄을 기다리며 글을 쓴다.
언젠가 나에게도 공평한 계절이 오겠지. 생명감 가득한 푸르른 여름도, 결실의 계절인 가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