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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May 12. 2023

2023.05.11

워싱턴 시내에서 (2023.04.14)


누구나 어떤 관계에 속하기를 원한다.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것도 없지만, 그래도 여러 관계 가운데에서 의미를 찾고, 위로를 받고, 소속감을 느낀다.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고 안전망이 된다.


이렇듯 ‘관계 속의 나’는 중요하다. 그러나 어느 한 관계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은 자신의 전부가 아니다. 가족 속의 나와 직장에서의 나, 그리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였을 때의 나는 동일하지 않다. 일부러 숨기거나 꾸미려고 하지 않아도 그렇다. 나의 모든 모습이 어느 한 관계 속에서 전부 드러나지는 않고, 전부 담길 수도 없다.


‘관계 속의 나’도 존재하지만, ‘그 어떤 관계에도 속하지 않은 나’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 자아가 먼저 홀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중심을 잡아야 지치지 않고 손을 내밀며 삶을 나눌 수 있다.


가족이든, 어떤 공동체든 자신이 가장 의존하는 관계들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휘청거린다면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불안감과 안고 있는 짐의 무게는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해진다. 누구나 잠시 흔들릴 수는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언제까지나 견뎌주고 품어줄 사람은 흔치 않다.


결국 각자 닻을 내릴 곳을 찾아야 한다. 어느 한 사람도, 관계도 아닌 다른 어떤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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