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8
출근하면 가장 먼저 단체 대표 이메일 계정의 수신함을 확인했다. 밤사이에 들어온 인턴 지원서와 언론 인터뷰 요청을 총장님께 전달하고, 인턴십 관련 문의에 직접 답변을 보내드리고, 각종 정기 지출 영수증을 정리하고 나면 마무리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북한에 대한 숙제나 연구를 하는 학생분들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자료를 요청하는 때도 있었고, 질문지를 보내서 서면으로 답변을 부탁하는 학생도 있었다.
직장에서의 마지막 몇 달 동안만 해도 스위스의 고등학생, 아르헨티나의 학부생, 미국의 대학원생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한반도와 특별한 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보여주니 새삼 고마웠다.
언제부턴가 총장님께서 학생분들이 보내주신 문의에 대한 답변을 맡기셨다. 질문이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었다.
이렇듯 개별적인 답변을 하는 업무는 어느 연구 과제에도 속하지 않으며, 연구비 지원을 받지 않는다. 기사로 나가지도 않아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횟수가 적은 만큼 내부적으로도 집계하지 않는다. 북한의 인권 실태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단 한 사람에게만 답을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하지만 달리 보면 바로 이 업무가 단체의 설립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 창립 문서를 보면 "education of the public"이 강조된다. 정확한 정보를 수집·분석해서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질문을 보내면 단체의 일원으로서 답변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답변이 늦는 실례를 자주 범했지만, 매번 짧게라도 답변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적어도 그 관심의 불씨를 꺼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답변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단 한 사람에게도 진심을 담아 알릴 수 없다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서 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무의 근본적인 목적과 이유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신 학생분들이 고마웠다.
비록 서툴게 전한 진심이지만, 그 진심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본다.